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오늘은 대한, 신라 때는 소나무가 얼어 죽었다

튼씩이 2016. 1. 21. 19:14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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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1. 21.



오늘은 24절기의 맨 마지막 날 “대한(大寒)”입니다. 이름으로는 가장 추운 날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작은 추위라는 소한에 가장 추운 날의 지위를 빼앗겼습니다. 이날은 세끼 가운데 한 끼는 꼭 죽을 먹었지요. 그것은 나무나 한두 짐씩 하는 것 말고는 대부분 일하지 않고 쉬는 때이므로 삼시 세끼 밥 먹기가 죄스러워 그랬다고 합니다. 또 겨울에 양식이 있다 하여 아끼지 않으면 보릿고개 때 굶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뜻도 있습니다.

요즈음 매서운 추위에 사람들은 쩔쩔매지만 온난화 때문에 예전 같이 살을 에는 추위는 아니지요. 그러나 예전엔 추위도 추위지만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집과 추위를 막아낼 옷가지도 변변치 못했기에 백성은 참으로 힘든 겨울을 보내야 했습니다. 심지어 《삼국사기(三國史記)》 권제10 “신라본기” 애장왕조 801년 10월에 보면 “큰 추위가 있어 소나무와 대나무가 모두 죽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의 추위와는 견줄 수도 없을 만큼 추웠나 봅니다.

그래서 예전 백성을 사랑하는 임금들은 백성 보살피는 것도 큰일이었지요. 조선 전기 문종 2년에 나온 고려시대의 역사서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권4 정종(靖宗) 5년 12월조에는 임금이 신하에게 분부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절기가 대한이므로 바람이 불고 눈이 내려 심히 차갑다. 생각건대 가난한 자들은 필시 얼고 굶주리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외국에서 귀화한 사람과 오랑캐에게 잡혔다가 되돌아온 남녀 모두 80여 명에게 그 늙고 어림을 헤아려 각기 면포를 하사하라.” 예전 같지 않은 추위라도 어려운 이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추위입니다. 모든 어려운 이들도 더불어 겨울을 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옛 얼레빗 (2012-01-17)


2236. 수룡음(水龍音)으로 정사(政事)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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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은 천 길 깎아지르고 폭포는 거기 걸렸으니 / 壁立斷崖千飛流懸
마치 은하수가 푸른 하늘에서 오는 것 같도다 / 有如銀漢來靑天
창공을 울리는 음향, 용의 읊조림을 듣는 듯 / 隱空似聽水龍吟
진주 찧고 옥 부숴 쏴쏴 만 길 높이로다 / 珠玉碎兮萬尋
용은 보물을 품고 그 못에 누웠는지 / 龍應抱寶潛其淵
음침한 골짜기는 낮에도 항상 구름이요 연기로다 / 陰壑白日常雲煙

위는 동문선 제7권 "박연폭포행"에 나오는 시 일부인데 셋째 단락 끝 부분에 보면 “수룡음(水龍吟)”이란 말이 나옵니다. 말뜻대로라면 용이 물속에서 읊조린다는 뜻이지요. 용이 어떻게 읊조릴까요? 흔히 '수룡음'은 '생소병주‘로 연주하는데 곧 생황(笙簧)과 단소(短簫)가 함께하는 음악인데 참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납니다. 태종실록 2년(1402년) 6월 5일자에 보면 예조에서 궁중 의례 때 쓰는 음악 10곡을 올리는데 '수룡음'은 셋째에 속하는 음악입니다. 그러면서 10곡을 고른 까닭을 말합니다.

“신 등이 삼가 고전(古典)을 돌아보건대, ‘음(音)을 살펴서 악(樂)을 알고, 악(樂)을 살펴서 정사(政事)를 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악(樂)을 합하여 하늘의 신령과 땅의 신령에 이르게 하며 나라를 화합하게 한다."라는 이유를 들어 이러한 곡을 쓰도록 권합니다. 예전에는 임금도 '악(樂)'을 알아야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그 '수룡음'은 이렇게 임금이 바른 정치를 하도록 하는 음악 가운데 하나입니다. 작년 10월 8일 창경궁 명정전 뒤뜰에서’ 창경궁의 밤’ 공연 때 수룡음을 선보였는데 올해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수룡음'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용의 해에 들으면 제격이겠지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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