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4월 6일 - 한식에는 새 불을 백성에게 나눠줍니다

튼씩이 2018. 4. 6. 11:40

≪동국세시기≫의 기록에 따르면 청명에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칩니다. 임금은 이 불을 정승, 판서, 문무백관과 3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주는데 이를 사화(賜火)라 했습니다. 수령들은 한식(寒食)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게 되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이라고 했지요. 이렇게 하여 온 백성이 한 불을 씀으로써 같은 운명체로서 겨레 의식을 다졌습니다. 불은 꺼지기 쉬운 것이어서 뱀이나 닭껍질로 만들어 습기나 바람에 강한 불씨통(장화통, 藏火筒)에 담아 팔도로 보냈는데 보온력이 강한 은행이나 목화씨앗 태운 재에 묻어 운반했다고 합니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사람들은 한식을 냉절 또는 숙식이라고도 불렀는데 이는 충신 개자추(介子推)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춘추시대에 공자(公子) 중이(重耳)가 떠돌다가 진나라 임금 문공(文公)이 되어 충신들을 포상했는데 문공(文公)이 굶주렸을 때 자기 넓적다리 살을 베어서 바쳤던 충신 개자추가 포상자 중에 들지 못하자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산속에 들어가 숨어버렸습니다. 문공이 뒤에 잘못을 뉘우치고 그를 찾았으나 산속에서 나오지 않으므로 불을 놓으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불을 질러버렸는데 개자추는 끝내 나오지 않고 홀어머니와 함께 서로 껴안고 버드나무 밑에서 불에 타 죽었습니다. 이에 그를 애도하는 뜻에서 이날은 불을 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이 생겼다고 전합니다.


이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묘를 했습니다. 《승정원일기》 인조 4년(1626) 기록을 보면, ‘본 도감의 군병들은 매달 3일과 9일에 모여 진법(陣法)을 연습하는 것이 정식인데, 오는 9일은 한식(寒食)입니다. 군병들이 모두 부모의 산소에 가 제사를 올리고 싶어 하니, 그들의 소원대로 이달 9일에는 진법 연습을 하지 말고 제사를 지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는 상소에 임금이 이를 수락했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설, 단오, 한가위와 더불어 4대 명절의 하나인 한식은 계절적으로는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철이기도 하며, 겨우내 무너져 내린 무덤을 보수하는 때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