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6년 7개월을 삶다간 ‘날개를 펴지 못한 시인’ 이상(본명 김해경)은 1910년 9월 23일 서울 사직동에서 아버지 김연창(金演昌)과 어머니 박세창(朴世昌)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이발소를 했는데 운영이 신통치 않았던 것인지 두 살 때부터 대를 이을 아들이 없는 큰아버지 집으로 옮겨가 삽니다.
잘나가는 총독부 관리였던 큰아버지네는 꽤나 큰 한옥으로 본채와 행랑채, 사랑채까지 딸린 300여 평짜리 넓은 집이었습니다. 여기서 가난한 아버지 곁을 떠난 것과 부자인 큰 아버지 그리고 고종 때 벼슬을 한 증조부에 심적 부담이 커졌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의 시 ‘오감도’ 2호에 ‘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라는 구절은 그래서 나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1933년부터 폐병이 악화되는 가운데 1934년에는 김기림, 정지용, 박태원 같은 이들과 사귀면서 《조선중앙일보》에 그 유명한 시 ‘오감도’를 연재했습니다. ‘미친 수작’, ‘정신병자의 잡문’ 등의 혹평과 비난 때문에 연재가 중단하기도 했지요. 건강 악화와 사업 실패, 사상범으로 몰리는 등 결코 행복하지 않은 26년 7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갔지만 ‘이상한 가역반응’, ‘날개’, ‘지주회시’, ‘봉별기’, 시 ‘오감도’, ‘지비’ 같은 많은 작품은 한국문학의 수준을 파격적으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4월 17일은 천재시인 이상이 이 세상을 하직하고 푸른 하늘로 날개를 펼쳐 날아간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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