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4월 15일 - 봄바람에 앞집 처녀 시집가고 뒷집 총각 목매러 간다

튼씩이 2018. 4. 16. 19:12


유지숙 명창의 전통소리극 "향두계놀이"

“조개는 잡아서 젓절이고 가는 님 잡아서 정들이잔다.” 이 노래는 서도민요 가운데 ‘긴아리’의 한 대목입니다. 서도민요는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에서 불리는 민요를 말하는데 위 가사처럼 재미난 것이 많습니다. 많이 불리는 서도민요에는 수심가, 엮음수심가, 배따라기, 영변가, 긴아리, 자진염불,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 사리원난봉가, 몽금포타령 따위가 있지요.


노래는 거의 일정한 장단이 없으며, 간혹 있더라도 사설을 따라서 적당히 쳐주는 불규칙한 장단법입니다. 창법은 콧소리로 얕게 탈탈거리며 떨거나 큰 소리로 길게 뻗다가 갑자기 속소리로 가만히 떠는 방법들이 있으며, 애절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해학이 그득합니다. 요즘은 중요무형문화재 29호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이 토종소리극 ‘향두계놀이’와 창작소리극 ‘채봉전’과 같은 연극형태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이 나고 이십 리 못 가서 불한당 만나고 삼십 리 못 가서 되돌아오누나.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의 총각은 목매러 간다. 사람 죽는 건 아깝니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나누나.


이는 ‘사설난봉가’의 가사입니다. 지금 같으면 바람난 임을 그리 쉽게 놔줄리 없고 심하면 칼부림까지 나는 세상이지만 민요 속에 흐르는 정서는 그저 마음으로 새겨 노래로 풀어낼 뿐입니다. 한바탕 한스러운 풀이를 하고 나면 정화되는 민요 한가락은 메마른 우리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는 청량제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