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 7년(1476) 3월 29일(양력 4월 22일) 기록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사헌부(司憲府)에서 아뢰기를, ‘임은(林垠)이 흥덕 현감(興德縣監)이 되었을 때에 오래된 무덤을 발굴(發掘)하여 살이 썩어 없어진 뼈를 그대로 드러내놓은 채 많은 은그릇과 유기그릇을 훔쳐 몰래 본가(本家)로 보냈으니, 청컨대 벼슬을 거두고 장안(장안, 장오인록안)에 기록하여 길이 다시 쓰지 않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이 기록에서 보이는 것처럼 조선 시대 뇌물을 먹은 관리들의 이름을 적은 <장오인록안>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장오(贓汚)란 뇌물을 포함해 관리가 백성의 것을 가로채는 것을 말합니다.
조정에서는 뇌물을 받은 관리를 엄중히 다스리려고 이 책에 이름을 적어놓고, 본인뿐 아니라 자손까지 좋은 자리에 앉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의정부, 육조, 한성부, 승정원, 관찰사, 수령 따위엔 오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세종 때 황희 정승은 영의정일 때 자신이 뇌물을 받았다는 투서가 들어오자 비록 무고였음에도 사직을 청했을 정도였고, 역시 세종 때 대사헌 윤형은 임금에게 올린 글에서 ‘악한 것은 장오보다 더 큰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대 공직자 가운데에도 황희정승과 같은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물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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