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들판에서 나물을 캐는 아낙들이 많습니다. 냉이, 달래, 씀바귀, 쑥과 같이 파릇파릇 싹이 올라오는 들판에는 먹을거리가 즐비했지요. 지금은 냉이며 쑥도 잘 포장해서 상품으로 팔고 있지만 예전에는 바구니를 들고나가 논둑이나 밭고랑에서 허리가 아프도록 나물을 캐다가 식구들 밥상에 올렸지요. 그 가운데서도 쑥은 배고픈 시절에 쑥버무리나 쑥개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나이 든 어르신들은 이 음식에 대한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겁니다.
쑥개떡은 쑥을 삶아 쌀가루나 보릿가루를 섞어 반죽한 뒤 손으로 둥글납작하게 개어 만든 떡이고, 쑥버무리는 삶은 쑥에 싸라기 가루를 섞어 채반에 찐 것입니다. 쑥은 메마른 땅에서도 비료나 농약 없이 스스로 자라는 완전 무공해 식물로 비료, 농약 등의 독소를 분해해서 몸 밖으로 내보내는 구실도 합니다. 또 강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산성 체질을 개선하는가 하면 피를 맑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요즈음은 건강식품으로 쑥이 인기지만 예전에 쑥은 배고픔을 달래주던 음식이었습니다.
1931년 6월 7일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300여 호 화전민이 보릿고개를 못 넘겨 사경을 헤맨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아직 보리는 익지 않았고 쌀독은 빈지 오래인 시절에 쑥개떡은 주린 배를 채워주기에 좋은 음식이었지요. 《승정원일기》 고종 5년 (1868)에는 ‘안산 군수 정기석이 맥령(麥嶺), 곧 보릿고개 때 한강 이북에 쌀이 품귀해질 폐단을 생각하여 3,000냥을 경내 백성에게 꾸어주어 스스로 곡식을 사서 일제히 수송해 오도록 하였다’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이처럼 쑥버무리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할 때 가난구제 이야기가 함께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겨레의 ‘더불어 정신’은 저 옛날부터 빛나고 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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