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학자 홍석모(洪錫謨)가 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윤달은 혼인하기에 좋고 수의(壽衣) 만들기에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윤달은 예부터 썩은 달이라고 하여, “하늘과 땅의 신(神)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때로 불경스러운 짓을 해도 신의 벌을 피할 수 있다”라고 믿었습니다. 이 때문에 윤달에는 이장(移葬), 곧 산소를 옮기거나 주검에 입히는 수의(壽衣)를 짓지요.
윤달을 여벌달, 공달 또는 덤달이라고도 합니다. ≪증보문헌비고≫ 악고(樂考)에 “금(琴, 현악기)은 줄이 다섯이니 오행을 상징한 것이고… 휘(暉)가 열셋이니 12율(律)을 상징하고 나머지 하나는 윤달을 형상화한 것이다”라고 한 것처럼 악기 만들 때도 윤달을 넣었습니다. 윤달의 형상화란 여분을 말하는 것이지요.
《세종실록》 85권(1439)에는 ‘윤달은 여분(餘分)을 취하여 이루어진 것이오니 따로 한 절기(節氣)를 이룬 것이 아니옵고, 실로 달의 남는 날을 붙인 것입니다. 윤(閏)의 글자는 왕(王)이 문 가운데 있는 형상을 취하였고, 천후(天候)에는 이달이 없사오니, 윤달에 조하례를 두 번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라는 의정부의 간언이 보입니다. 이로 미루어 윤달은 정상적인 달 축에 끼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신의 감시도 풀리고 조정에서는 공달이라 조하례도 하지 않던 달은 홀가분했던 달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동짓달은 윤달이 들지 않는 달인데 이 틈을 타 사기꾼들은 “윤(閏)동짓달 초하룻날 꾼 돈을 갚겠다”라고 사람들을 속였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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