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고 생활했던 옛날엔 양말이 아닌 버선을 남녀노소 모두 신었지요. 아직 걸음을 잘 걷지 못하는 어린아이에겐 수를 놓고 술을 달아 예쁘게 꾸민 타래버선을 신겼습니다. 그런데 ‘효도버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새색시가 혼인을 하고 처음 친정에 나들이를 하면 문중 어른께 버선 한 켤레씩을 소중한 예물로 드렸습니다. 시댁으로 돌아올 때도 역시 같은 선물을 드리지요. 이 버선을 효도버선이라고 하는데 이 효도버선을 받은 웃어른들은 ‘효도봤다’라면서 기뻐합니다. 이때 짝이 섞이지 않도록 켤레마다 한복판에 한자로 ‘八十’이라는 글자를 붉은 실로 뜹니다. 80살까지 오래 사시라는 뜻인데 요즘은 80이 아니라 ‘上’이라는 글자를 떠야 하지 않을까요? 상수는 120살, 중수는 100살, 하수는 80살이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버선과 관련한 재미있는 말들이 있습니다. 남에게 의심받았을 때 “버선목이라도 뒤집어 보일까?” 또는 “버선목이라 (오장을) 뒤집어 보이지도 못하고”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버선목에 이 잡을 때 보아야 알지”라는 말도 있는데 이 말은 ‘지금 잘산다고 너무 자랑하고 뽐내지 말라’는 뜻입니다.
오늘 어버이날, 버선 한 켤레를 정성껏 만들어 드리던 옛 여인의 그 마음을 다시 새겨봅니다.
'지난 게시판 > 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10일 - 푸른 5월은 혼인의 계절 둘, 혼인할 수 있는 나이 (0) | 2018.05.11 |
---|---|
5월 9일 - 푸른 5월은 혼인의 계절 하나, 우리 겨레의 혼인 (0) | 2018.05.11 |
5월 7일 - 남의 아이에게 또 다른 부모가 되어줍니다 (0) | 2018.05.07 |
5월 6일 - 오늘은 입하, 여름이 성큼 다가옵니다 (0) | 2018.05.06 |
5월 5일 - 1923년에는 어린이날이 5월 1일이었지요 (0) | 2018.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