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 푸른 5월은 혼인의 계절 셋, 공주의 혼인을 검소하게

사간원이 다음과 같이 임금에게 아룁니다. “혼인이란 부부의 시작이요, 만복의 근원이므로 반드시 존경과 예의로 해야 합니다. 또 옷이나 집의 사치스러움을 자랑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이번 공주의 혼인 예식은 내탕(임금이 개인적으로 쓰는 돈)이 마르고 백성이 어려워진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야말로 전하께서 순박하고 검소한 옷으로 모범을 보여 신하들을 이끌 때입니다. 그리고 여러 왕실과 사대부, 서민까지도 혼인할 때 사치가 벌써 걷잡을 수 없는 폐단이 되었으니, 법으로 엄히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범하는 자가 있으면 가장의 죄를 다스리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는 기록이 《인조실록》 3권, 1년(1623) 9월 2일에 보입니다.

요즘도 호화혼수가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집안이 어려운 경우 국가가 혼수를 도왔지요. 《세종실록》 10년(1428)에는 “비록 부모 형제가 있으나, 가난하여 혼수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때를 놓치는 자도 또한 간혹 있습니다. 청컨대 부모, 형제가 있고 없음을 따지지 말고, 그 사람의 세계(世系)가 높고 낮음과 빈궁한 정도가 가볍고 무거움을 구분하여, 국고의 묵은 쌀을 주어서 혼수를 마련하게 하고, 그리하여 성혼한 여자의 수와, 부(父)의 관직 ․ 성명과, 관급(官給)한 혼수 비용의 액수를 경중에서는 한성부가, 외방에서는 감사가 매년 세초(歲抄) 때에 기록하여 보고하게 하며, 그의 내 ․ 외사촌 이상의 친속(親屬)으로서 함께 혼수를 준비하여 주지 않은 자와, 혼수를 영(令)에 좇지 않고 지나치게 사치하게 하는 자는 모두 《육전(六典)》의 규정에 의거하여 자세히 밝혀서 고찰하게 하소서”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사치는 막되 어려운 사람은 도우려는 마음이 잘 드러나며, 나라에서 이런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는 점이 오늘날에 비춰볼 때 돋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