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잊을 만하면 혼수문제로 파혼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됩니다. 또 여전히 TV 드라마의 소재로도 인기가 높은 것이 혼수문제지요. 조선 시대에도 이런 문제는 많았습니다. <세종실록> 110권(1445)을 보면 혼례예물이 적다는 이유로 딸을 버린 사위가 괘씸해 참지 못하고 상소를 올린 예가 있습니다. 현감을 지낸 정우라는 사람이 박연의 아들 박자형을 사위로 삼았는데, 박자형이 혼례예물이 적은 것에 불만을 품고 자기 딸을 버렸음에도 딸이 키가 작고 뚱뚱하다는 것을 핑계를 내세운 데에 화가 나 관가에 고한 사건입니다. 임금은 이 사건을 이렇게 판결합니다.
“사위 자형이 이불과 의복이 화려하지 못하고 혼수가 적다며 아내를 버린 것이 분명하다. 딸이 정말 몹쓸 여자라면 사위 자형은 그날 밤에 당연히 곧 버리고 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그 집에서 자고 아침이 되어 사위 집에서 사람이 왔을 때 예물(禮物)을 주어 보냈으니, 혼례는 이루어진 것이다. 자형이 이불, 요와 의복이 화려하지 못한 것을 보고, 빈한(貧寒)한 것을 싫어하여 남의 집 딸을 버리는 것은 부당하다.” 사위 자형에게는 매 60대와 징역 1년의 벌까지 더해졌습니다.
삼국 시대 혼수에 대한 기록도 살펴볼까요. 당나라 이연수가 펴낸 역사서 <북사>를 보면 “신랑 집에서는 돼지와 술을 보낼 뿐 다른 예절이 없고 혹 재물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 이를 흉보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 옛날에 이런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건만 어느 때부터 호화로운 혼수가 나타난 것일까요. 이럴 때 본래 혼수가 갖는 소중한 의미를 새겨보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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