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농사의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임금은 해마다 경칩(驚蟄) 뒤의 첫째 해일(亥日)에 제사를 지낸 뒤 친히 쟁기를 잡고 밭을 갈아 보임으로써 농사의 소중함을 만 백성에게 알리는 의식을 행했지요. 그런가 하면 왕비는 몸소 궁궐 안팎 여성들을 거느리고 양잠의 본을 보여 비단생산에 힘쓰는 궁중의례인 친잠례(親蠶禮)를 했습니다.
세종은 양잠을 크게 장려하여 각 지방에 적당한 땅을 골라 뽕나무를 심도록 한 것은 물론, 잠실(蠶室, 누에 치는 방)을 한 곳 이상 지어 누에를 키우게 했지요. 중종 1년(1506)에는 지방의 잠실을 서울 근교로 옮기게 했습니다. 현재의 송파구 잠실동 일대는 그런 잠실이 있던 지역입니다. 대한제국 말기까지 이 일대에는 나이가 300~400살이나 되는 뽕나무가 있었지요.
또 성종 2년(1471)에는 뽕나무가 잘 크고 살찐 고치로 좋은 실을 얻게 하여 달라는 기원을 드리려고 동소문(東小門) 밖에 선잠단(先蠶壇)을 지었습니다. 단에는 대를 모으고 중국 황제의 왕비인 잠신(蠶神) 서릉씨(西陵氏)의 신위(神位)를 모셨지요. 그리고 단의 앞쪽 뜰에 상징적인 뽕나무를 심고 궁중의 잠실에서 키우는 누에를 먹이게 했습니다. 1908년에 선잠단 신위는 선농단(先農壇)의 신위와 함께 사직단으로 옮겨졌고 선잠단터는 일제강점기에 개인 땅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성북초등학교 옆 길거리에 여러 집에 둘러싸인 조그만 터만 남아 있는데 사적 83호로 지정되었지요. 해마다 5월이면 성북구에서는 전통문화 행사로 선잠제례 행사를 치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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