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硬)은 화하고 합하지 아니한데 지금 만든 경(硬)이 옳게 된 것 같다. 경석(硬石)을 얻는 것은 다행인데, 지금 소리를 들으니 또한 매우 맑고 아름다운 것은 물론 율(律)을 만들어 음(音)을 견준 것은 뜻하지 아니한데서 나왔기에, 매우 기뻐하노라. 다만 이칙 1매(枚)가 그 소리가 약간 높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세종실록> 59권, 1433년 1월 1일 기록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세종은 박연에게 모든 악기의 기본음, 곧 황종음을 내는 세로 관대인 황종관율을 새로 만들어 설날 아침 회례음악에 연주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연주를 마치자 세종은 동양음악 12율(十二律) 가운데 아홉째 음인 이칙(夷則) 하나가 다른 소리가 난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이는 도공이 황종율관에 친 먹줄이 채 마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음악 전문가인 박연은 물론 회례연에 참석한 사람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세종은 이를 알아챈 것입니다. 가히 절대음감의 소유자였지요.
학자들은 말합니다. 세종이 문자학, 음운학, 음성학 등 학문에 뛰어났기에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이지만 이렇게 절대음감을 지녔다는 점도 훈민정음 창제에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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