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7월 19일 - 날은 덥고 종기의 고름은 뚝뚝 떨어지고

튼씩이 2018. 7. 22. 19:48

경옥고(瓊玉膏)는 《동의보감》에서 불로장생과 백병을 제거하는 보약으로 이빨을 다시 나게 하고, 흰머리를 검게 하며 전신의 기운을 충만하게 해준다고 되어 있습니다. 경옥고는 좋은 보약이지만 만드는 방법이 매우 어렵고 정성을 다해서 만들어야 하지요. 재료는 꿀, 인삼, 생지황, 백복령이며, 뽕나무불로 사흘 동안 달이며 이때는 절대 자리를 뜨지 않습니다.


 

조선 시대 임금이 경옥고를 먹은 기록이 꽤 있는데 《명종실록》을 보면 내의원이 ‘경옥고, 생지황, 전약을 지어 올렸다’는 기록이 보이며 《정조실록》에는 경옥고 이야기가 여섯 번이나 나옵니다. 악성 종기로 고름이 나고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던 정조는 “탕약의 일로 경들이 누누이 애써 간청하니 그 또한 계속 거절하기 어렵다. 생맥산을 먹어보긴 해야겠으나 우선 경옥고를 조금 시험하고 싶다.”합니다. 이에 신하들이 말하길 “신들이 처음부터 경옥고를 드실 것을 청했으나 윤허를 받지 못했으므로 생맥산을 드실 것을 청했던 것인데, 이제 그것을 복용하신다는 분부가 있으시니 실로 천만다행입니다”라고 합니다.

 

“지금 성상의 증세를 보건대 여느 병과 다르며 게다가 한창 무더운 날씨에 약성이 더운 약을 붙이고 고름이 흘러내리니 어찌 괴롭지 않겠습니까만, 대체로 종기란 빨리 낫기를 바랄 수 없습니다. 봉합이 너무 빠르면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시어 한때의 괴로움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소서.”

 

그러나 신하들의 정성스러운 약도 효험을 못 보고 정조는 49살로 숨을 거둡니다. 죽기 하루 전날까지 정조는 “이러한 와중에 국사를 처결하기가 어렵지만 호남 수령들에 대한 포폄의 장계는 당장 뜯어보지 않을 수 없으니, 당직 승지로 하여금 와서 기다리게 하라”고 합니다. 날은 덥고 종기의 고름은 뚝뚝 떨어지는데도 백성의 안위를 살핀 그의 백성사랑 정신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경옥고를 좀 더 일찍 먹었다면 효과를 보았을까요? 안타까운 마음에 별생각을 다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