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라는 우리나라 옛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가위는 곡식과 과일이 풍성한 때이므로 여러 가지 시절 음식이 있습니다. ≪동국세시기≫에는 송편, 시루떡, 인절미, 밤단자를 시절 음식으로 꼽았는데, 송편에 꿀송편, 밤송편, 깨송편, 콩송편, 대추송편 따위가 있지요. 또 경상도 지방이나 충청도의 어느 산에서는 모시잎을 삶아 넣어 빛깔을 낸 모시잎 송편, 강원도 지방에는 감자송편이 있고 또 쑥송편, 치자송편, 호박송편, 사과송편, 녹차송편도 별미입니다.
흔히 강원도는 감자송편이 알려졌지만 1925년 7월 1일자 《개벽》 61호 <팔도대표 팔도자랑>을 보면 강원도 대표단의 음식에 눈길이 갑니다. 한번 볼까요? “우리 江原道는 음식물로는… 하고 붓그러운 듯 躕躇躕躇(주저주저)하면서 크다란 나무 함박을 내려놋는데 보닛가 무엇이 잇는고 하니 모밀전병이며 무송편이며 도토리묵이며 잣죽이며 金剛山(금강산) 石茸(석이)며 五臺山(오대산) 표고나물 등이 잇다. 그리고 대표는 ‘여러분 목마르신데는 蜜水(밀수)가 제일이요’ 하고 江陵(강릉) 白淸(백청)을 한통 내놋는다. 일동은 조와라고 손벽친다.” 여기에 ‘무송편’이라는 게 나옵니다.
이처럼 송편에는 지방마다 서로 다른 재료를 써서 만들지만 솔잎을 깔아 찌는 것은 공통이며 솔을 깔면 맛뿐 아니라 향과 시각적인 멋도 느껴집니다. 또 솔잎에는 살균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가 다른 식물보다 열 배 정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유해성분의 섭취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위장병, 고혈압, 중풍, 신경통, 천식에도 좋다고 하니 우리 겨레의 솔잎을 이용한 떡 만들기는 과학을 뒷받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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