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여성이 시집가면 출가외인이라 하여 친정부모를 쉽게 만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생겨난 것이 반보기라는 세시풍속입니다. 반보기, 곧 중로상봉(中路相逢)은 한가위가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때와 장소를 미리 정하고 만나는 것인데 중도에서 만났으므로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데서 나온 말이지요.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 지점을 정하고, 음식을 장만하여 만나서 한나절 동안 회포를 풉니다.
또 한마을의 여자들이 이웃 마을 여자들과 경치 좋은 곳에 모여 우정을 나누며 하루를 즐기는 일도 있었는데 이때 각 마을의 소녀들도 단장하고 참여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며느릿감을 고르는 기회로 삼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민족 대이동'이라 하여 4,000만 명이 고향을 찾아 일가친척을 만나고, 조상에게 입은 덕을 기리는 것은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일 것입니다. 요즘은 또 남북한 이산가족이 만나 상봉을 하기도 합니다. 몇십 년, 많게는 60여 년을 떨어져 산 부모와 자식은 물론 이제 고운 자태가 사라져 안타까운 부부간의 만남은 보는 이들의 눈물, 콧물을 빼내고 맙니다. 이들에게도 이제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로 서로 왕래하고, 나아가 같이 살 수 있는 행복이 오기를 비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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