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는 상고시대부터 하늘과 조상에 제사 지내는 것을 중요시했습니다. 고구려에서는 동맹(東盟)이라 하여 10월에 하늘에 제사 지냈으며, 동예(東濊)에서는 무천(舞天)이라 하여 10월에 하늘에 제사 지낸 기록이 있지요. 지금도 10월 3일에 개천절이라 하여 단군에게 제사를 지냅니다. 또 집안마다 조상에게 제사를 모셔 왔습니다. 그런데 제사에서 우리는 몇 대조 할아버지까지 모시는 것일까요? 기본이 되는 것은 사대봉사(四代奉祀)입니다.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의 사대 신주를 집안 사당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것입니다. 갑오경장(고종 21년) 이후로 계급사회가 무너지자 반상의 구별 없이 사대봉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사대봉사가 아닌 불천위제사도 있습니다. 불천위제사(不遷位祭祀)는 큰 공이 있는 사람의 신주를 사대봉사 후 내리지 않고 사당에 영구히 두면서 제사 지내는 것을 말하며, 이 신위를 불천위 또는 불천지위(不遷之位)라고 합니다. 여기서 한자 천(遷)은 '옮기다'라는 뜻으로 천도(遷都) 등에 쓰이지요. 따라서 불천위(不遷位)는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두고 제사를 모신다는 뜻입니다. 불천위는 유림에서 받은 향불천(鄕不遷)과 나라에서 받은 국불천(國不遷), 문중에서 지정한 사불천(私不遷) 따위가 있는데 서애 류성룡 종가와 충재 권벌 종가의 불천위제사가 알려져 있습니다.
최희량(崔希亮, 1560-1651)은 조선 명종 때 사람으로 무과 출신이면서도 시문에 능했습니다. 그의 5세손이 지은 《일옹문집(逸翁文集)》 <가묘입의(家廟立議)>엔 "3대 독자의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의 부친이 5남 2녀를 두고, 자신도 9남 2녀를 두어 가문이 번성하게 되었으니 저자의 부친과 모친을 100대가 지나도록 불천위로 제사 지내달라고 당부했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이른바 사불천(私不遷)의 예지요. 신주를 옮기지 않고 대대로 흠향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존경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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