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9월 9일은 중양절입니다. 예부터 이날을 중양절(重陽節), 또는 중구일(重九日)이라 했지요. 여기서 중양이란 음양사상에 따라 양수(홀수)가 겹쳤다는 뜻이며, 중구란 숫자 '9'가 겹쳤다는 뜻으로 설날·삼짇날·단오·칠석과 함께 명절로 지내는 것입니다. 신라 때에는 중구일에 임금과 신하들이 함께 모여 시를 짓고 품평을 하는 일종의 백일장을 열었습니다. 이후 고려 때에 와서 설날·대보름·삼짇날과 함께 9대 명절로 지냈지요.
이 중양절에는 붉은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고 산에 올라 시를 지으며 하루를 즐기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등고(登高)라고 하지요. 붉은 수유 열매는 귀신을 쫓는다고 믿었습니다. 또 중양절에는 국화를 감상하거나 국화잎을 따다가 술을 담그고, 화전을 부쳐 먹기도 했습니다. 국화술은 그 향기가 매우 좋아 많은 사람이 즐겼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막걸리에 노란 국화를 띄워 마셨지요. 이밖에 추석 때 햇곡식으로 차례를 드리지 못한 집에서는 이날 차례를 지내기도 합니다.
이날은 나이 드신 어른들을 모셔서 음식을 대접하고 함께 즐겼는데 궁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세종실록》 45권, 1429년 9월 9일에는 "중양절(重陽節)이므로 막걸리와 원로대신에게 내리고 잔치를 했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중양절의 시절 음식으로는 국화전과 국화주, 유자화채, 밤단자가 있지요. 국화전은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동글납작하게 빚어 국화꽃잎을 올린 뒤 기름에 지져낸 떡이고 국화주는 쌀과 감국(甘菊)의 꽃과 잎으로 담근 약주입니다. 또한 유자화채는 조선 시대 궁중음식의 하나로 국화전과 곁들어 먹으면 제 맛이 나는 음식이며, 밤단자는 어린아이들도 좋아하는 음식으로 찐 찹쌀가루를 오래 치댄 후 조그맣게 자르고 체에 내린 삶은 밤 고물을 소로 넣거나 겉에 묻혀서 만듭니다.
제주도에서는 마마에 걸려 죽은 어린 여자아이 귀신인 명두의 생일이라 하여 큰 굿판을 벌였고, 경남 지방에서는 가을걷이가 끝난 논둑에 불을 놓았습니다. 또 봄에 담근 멸치젓을 이날 걸러 간장으로 쓰기도 하는 풍속도 있었고요. 지금은 달력에서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옛 명절이 되고 말았지만 이날을 기념해 이웃과 화전을 부쳐 잘 빚은 국화술 한 잔을 나누는 것은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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