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도감(慣習都鑑)의 광대와 기생들은 모두 빈궁해서 살아나가기에도 겨를이 없사온데, 심한 추위와 무더위, 장마에도 항상 기술을 연습하게 하오면 살아갈 것이 염려되오니, 청하옵건대, 네 번(番)으로 나누게 하여 매년 춥고 더운 여섯 달을 뺀 2월부터 4월까지, 8월부터 10월까지 날마다 기술을 연습하게 하되, 가르치기를 현금(玄琴), 가야금, 향비파, 장고, 아쟁, 해금, 필률(觱篥, 피리), 대금, 소금 따위의 악(樂)으로 하여, 잘하는 사람은 다른 재주를 겸해 가르치고, 능하지 못한 자는 오로지 한 가지 기예(技藝)만을 가르치게 하소서.”
<세종실록> 101권, 25년(1443) 9월 16일(양력 10월 8일)의 기록입니다.
관습도감에서 가르치던 우리 악기로 향비파(鄕琵琶)가 있는데, 이는 거문고 ·가야금과 함께 신라 삼현(新羅三絃)에 들며, 고구려의 오현(五絃)과 같은 악기입니다. ≪삼국사기≫에 “향비파는 당비파와 비슷하고 신라시대 때 생긴 것이나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당비파(唐琵琶)와 구분하려고 향비파라고 했으며 목이 굽은 당비파에 비하여 목이 곧아서 직경비파(直頸琵琶)라고도 합니다. 갸름하고 둥근 통에 괘(棵) 12개를 붙이고 그 위에 다섯 줄을 얹었습니다. 통은 거문고와 같이 앞면은 오동나무, 뒷면은 밤나무를 사용하며 명주실을 5현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지요.
중국 후한(後漢)의 역사서 ≪석명(釋名)≫을 보면 “비파는 원래 호족(중국 한나라 때 신강성에 있었던 오손족)의 마상악기로 손을 밀어나가는 것을 비(琵)라 하고, 손을 당겨오는 것을 파(琶)라 하여 ‘비파’라 이름 하였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 “교방(敎坊) 곧 가무(歌舞)를 관장하던 기관에서 쓰는 것은 목이 굽었다.”라고 했는데, 이는 당비파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의 향비파와는 다른 것이지요. 우리 고유의 악기 향비파 음악 그리고 잊힌 더 많은 악기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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