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寒露)는 24절기 가운데 열일곱째로 찾아오는 절기로 찰 한(寒), 이슬 로(露)에서 보듯 공기가 차츰 선선해지면서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서 서리로 변해가는 계절입니다. ≪고려사(高麗史)≫ 권50 '지(志)'4 역(曆) 선명력(宣明曆) 상(上)2의 한로 관련 기록에 "한로는 9월의 절기다. 초후에 기러기가 와서 머문다. 차후에 참새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말후에 국화꽃이 누렇게 핀다"고 했습니다. 이때는 가을걷이를 하며, 아름다운 단풍이 짙어지고, 기러기 등 겨울새가 오는 때지요.
한로의 시절음식으로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그며, 추어탕(鰍魚湯)을 즐겼습니다. 한의학 책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운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가을(秋)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는 뜻으로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 했을 것입니다.
한로 즈음, 하늘은 더없이 맑고 높지요. 벼가 여물어 들판이 황금물결로 출렁일 때 농부들은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벼를 베거나 타작하는 날은 잔칫날처럼 부산하고 고될망정 수확을 하는 농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칩니다. 예전엔 길손이 지나면 꼭 불러 새참이나 점심을 함께 권했고,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돌려먹을 줄 알았습니다. 인정이 메마른 삭막한 풍경의 요즘에 견주면 예전 우리 겨레는 참 따뜻하고 마음씨 넉넉한 사람들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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