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이 술을 취하려고 마십니다. 하지만 원래 우리 겨레는 술을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관리하려는 방편으로 먹었습니다. 술 이전에 약으로 생각했고 ‘백약의 으뜸’이라는 지위까지 받았지요. 특히 100가지 꽃으로 술을 빚었다는 백화주(百花酒)는 더욱 그렇습니다. 백화주는 허준의 <동의보감>, 서유구의 <임원십육지>, 빙허각 이 씨가 쓴 <규합총서> 같은 책에 빚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계산기정>은 지은이를 알 수 없는 책인데 순조 3년(1803) 동지사(冬至使)로 중국 연경지방에 다니면서 겪은 청나라의 문물제도, 풍속, 습관, 산천, 도리(道里) 따위를 기록한 책입니다. 지은이는 어느 날 유인천이란 중국인 집에 초대받아 술을 마시고 시를 지으며 노는데 그때 유인천이 조선에 유명한 술이 무어냐고 물었지요. 이에 “천일주(千日酒), 백화주(百花酒), 이강주(梨薑酒), 죽력주(竹瀝酒)는 모두 좋은 술이지요”라고 대답했는데 여기에 백화주가 들어 있는 것을 보면 이 술이 유명했나 봅니다.
백화주는 맨 먼저 눈을 뚫고 꽃을 피운다는 매화부터 서리 내릴 때 피는 국화까지 꽃을 모아 말립니다. 그리고 찬 기운이 짙어가는 10월 중하순쯤에 술을 담그는데 술이 익기까지는 거의 100일이 걸리지요. 1924년 나온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꽃을 밥에 버무려서 누룩을 술 밑에 넣고 익은 다음 먹으면 몸에 좋다. 100가지 병을 다스리고 오래 산다고 한다”고 백화주를 소개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술을 취하려고 마시지 말고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관리하려는 방편으로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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