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10월 15일 - 한시 한 수 읊어볼까요

튼씩이 2018. 10. 15. 12:02

깊어가는 가을 아름다운 한시 두 편을 감상해봅니다.


 

약초를 캐다가 문득 길을 잃었는데 採藥忽迷路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었네 千峯秋葉裏

산승이 물 길어 돌아가고 山僧汲水歸

숲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가 피어나네 林末茶烟起

 

조선 중기 학자이며 정치가였던 율곡 이이의 ‘산중(山中)’이라는 한시입니다.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합니다. 약초 캐다가 길을 잃었음에도 단풍으로 물든 산을 볼 줄 아는 여유 그리고 스님이 물을 길어가자 숲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정경이 아름답습니다. 문득 가을산에 안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가을이라 중양절 가까워지니 淸秋佳節近重陽

새 술 따자마자 취하게 마시고 있네 正是陶家醉興長

체섬돌 위 국화꽃 곱게 피었으려니 想見傲霜花滿砌

좋은 향기 하나 나눠주시오 可能分與一枝香

 

위 시는 조선 효종 때의 문인 이건(李健, 1614~1662)이 지은 ‘걸국화(乞菊花, 국화를 바라다)’라는 한시입니다. 지금은 중양절을 앞든 계절로 국화가 흐드러진 때입니다. 섬돌 위 곱게 핀 국화향기 진동하니 그 향기 이웃에게 나눠주면 좋을 일입니다. 아니, 스스로 향기를 내면에 가득 차게 만들 일입니다. 이 가을, 아름다운 시 한 수로도 우리는 마음을 살찌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