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은 24절기의 열여덟째로 서리가 내리는 때입니다. 맑고 상쾌한 날씨가 이어지며 밤에는 슬슬 기온이 떨어지면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지요. 옛사람들은 상강 때 초후에는 승냥이가 산 짐승을 잡고, 중후에는 풀과 나무가 누레지고 떨어지며, 말후에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가 모두 땅에 숨는다고 했습니다.
봄에 시작했던 농사일도 상강 때쯤이면 가을걷이가 마무리되는데 우리 속담에는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을철에는 바빠서 아무 쓸모없던 것까지도 일하러 나선다는 뜻입니다. 또 "가을 판에는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라는 속담도 있지요. 그만큼 가을걷이 철엔 존귀하신 대부인까지 나선다는 말로 대단히 바쁜 계절임을 나타냅니다.
1939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오늘이 상강이다. 엊그제 일기는 늦가을보다도 첫겨울을 연상할 만큼 바람이 쌀쌀하여 첫서리가 내리고 살얼음이 얼고 하니 땔거리와 김장기장 준비도 필요하거니와 추수와 보리심기가 한창 바쁠 때이다. 보리는 입동 전에 심어야 발육이 양호하니 요새 5·6일은 여름의 모내기철과 같이 아주 바쁜 때다. 전무후무한 흉년의 이 가을과 겨울을 보내고 나서 농민들이 첫 번 먹을 곡식이 보리이니 올가을의 보리 심기는 사람마다 감회가 다를 것이다"라는 기사가 보입니다. 왜 그때는 해마다 흉년이 들었던 것인지 안타깝습니다. 추위도 지금보다 더 춥게 느껴졌던 것은 먹을거리, 입을 거리가 풍족치 못한 까닭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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