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은 달이 해의 일부나 전부를 가리는 현상이지만 조선 시대 사람들은 일식을 하늘의 경고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그치게 하려고 구식례(求食禮)를 행했다고 합니다. 세종도 구식례를 하려 했지만 중국의 기준에 맞춘 예보는 1각(一刻, 한 시간의 4분의 1, 즉 15분)이 빗나갔고, 그러면 예보관에게 장형(杖刑, 죄인에게 볼기를 치던 형벌)이 내려졌습니다. 이는 예보관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 세종은 정인지와 장영실을 시켜 천문기구와 시계 등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천문기구와 시계들은 북극고도를 측정하기 위한 간의(簡儀), 밤 시각도 측정하기 위한 일종의 해시계 겸 별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이동하는 군사들을 위한 휴대용 해시계 천평일구(天平日晷)와 해시계인 앙부일구(仰釜日晷), 자동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 자격루(自擊漏)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오목해시계(앙부일구)는 세종이 백성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혜정교와 종묘 앞에 1434년 10월 2일(양력 11월 2일) 처음 설치했습니다. 특히 무지렁이 백성도 시간을 알 수 있도록 시계 안에 시간을 상징하는 십이지신을 그려 넣었지요. 지금 덕수궁, 세종 영릉 같은 곳에 설치한 오목해시계에는 십이지신 그림이 없습니다. 잘못 복원해놓은 것이지요. 옛것을 복원할 때는 철저한 고증과 더불어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의지와 철학까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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