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11월 7일 - 알고 들으면 재미있는 판소리 셋, 아니리

튼씩이 2018. 11. 7. 09:29

아이고 내 못 살것다. 이애 방자야 너와 나와 우리 결의 형제허자. 야 방자 형님아 사람 좀 살려라.


도련님 대관절 어쩌란 말씀이오.

여보게 방자형님. 편지나 한 장 전하여 주게.

존귀허신 도련님이 형님이라고까지 허여놓니 방자놈이 조가 살짝 났든 것이였다.

도련님 처분이 정 그러시면 편지나 한 장 써 줘보시오. 일되고 안 되기는 도련님 연분이옵고 말 듣고 안 듣기는 춘향의 마음이옵고 편지 전하고 안전하기는 소인놈 생각이오니 편지나 써 줘보시오.



이 대목은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이 도령이 춘향에게 편지 써 보내는 장면의 아니리입니다. 이렇게 아니리는 판소리를 한층 구수하고, 매력 있게 만듭니다. 아니리는 판소리의 구성요소 가운데 북은 치게 놓아두면서 말로 하는 부분인데, 시간의 흐름, 장면의 전환 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히 해학적인 대목은 아니리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판소리 아니리에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일품입니다. 만일 판소리에서 전라도 사투리, 특히 욕지거리를 빼면 그 재미는 줄어들 것입니다. 돌아가신 박동진 명창은 소리 도중 구수하고 질펀한 욕지거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유명했지요. 하지만 박 명창에게 욕쟁이라고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판소리는 아는 만큼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