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댑싸리 빗자루를 만들던 할아버지 생각

튼씩이 2015. 10. 31. 13:11

“뎡애는 아침 설거질을 마친 후 싸리비를 들고 또 다시 마당을 치우기 시작햇다. 마당이래야 모다 합해 고양이 코ㅅ잔등만한 것이지만 본시 집이 헐어빠진 우에다 멫 칠래 오락가락한 장마통에 마당이 수렁이되어 집웅 썩은 락수물이 이곳 저곳에 고여서 마치 개천썩은 해감내와 같은 악취가 코끝을 거스리는 것은 참을 수 없이 불쾌하고 습하게 보엿다.” 이는 일제강점기 잡지 《동광 제32호》, 1932년 4월에 나오는 ‘우울한 그들’ 이라는 이종명의 소설 첫 대목입니다.

위 소설 첫머리에 정애는 설거지를 마친 뒤 바로 싸리비를 들고 마당을 쓰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금은 마당도 없어졌지만 있다고 해도 싸리비를 몰아낸 자리에 플라스틱 빗자루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집이 많습니다. 우리네 옛집에는 크든 작든 마당이 있었지요. 그 마당에는 지금처럼 마당에 잔디를 깔거나 시멘트로 발라 버리는 일이 없었으므로 거의 날마다 마당을 쓸어야 했는데 마당비로는 싸리비가 그만이었습니다.

쓱쓱 싸리비로 마당을 쓴 빗자국을 보면 부지런한 집주인을 떠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빗자루는 필수 도구였습니다. 특히 마당을 쓰는 데는 산에서 잘라온 싸리비가 좋았고 마당가에 심었던 댑싸리는 키가 그리 크지 않아 봉당이나 광, 부엌을 쓸기에 편했습니다. 물론 수수 빗자루도 있었지만 이 역시 마당용은 아니었지요. 가을걷이가 얼추 끝날 무렵이면 할아버지께서 수수 빗자루며, 댑싸리 빗자루, 싸리 빗자루를 장만해놓아야 한시름 놓인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즈음도 가끔 식당의 한 귀퉁이에 댑싸리를 심어 둔 곳이 있는데 댑싸리를 볼 때 마다 옛 시골 마당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