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오늘은 중양절, 국화주 한 잔 어떨까요?

튼씩이 2015. 11. 6. 14:30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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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8(2015). 10. 21



“임금이 신하들에게 의논하기를, ‘사신이 우리나라에 오면 설날·삼짇날·단오·유두(流頭)·칠석·한가위·중구(重九, 중양절)·동지(冬至) 같은 속절(俗節)에는 잔치를 베풀어 주는 것이 어떨까.’ 하니, 모두 아뢰기를, ‘위의 여러 속절은 너무 많아서 번거로울 듯하오니, 유두와 칠석은 빼고, 그 나머지 여섯 명절에만 잔치를 하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그러나, 사신이 서울에 있으면 괜찮지만 만약 먼 지방에 가 있으면, 여섯 명절에 다 사람을 보내어 잔치를 어려울 것이오니, 먼 지방에 가 있을 때는 설과 동지에만 사람을 보내어 위로함이 가하옵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위는 《세종실록》 13년(1431) 9월 12일 치 기록입니다. 오늘은 음력 9월 9일로 조선시대에 다른 나라의 사신에게 잔치를 베풀기까지 했던 명절 “중양절(重陽節)”입니다. 우리 겨레는 음양사상에 따라 양수(홀수)가 겹친 날(설날, 삼짇날, 단오, 칠석, 중양절)을 명절로 지냈는데, 중양절도 그 가운데 하나지요. 중양절은 숫자 ‘9’가 겹쳤다 하여 “중구(重九)”라 부르기도 합니다. 신라 때에는 중구에 임금과 신하들이 함께 모여 시를 짓고 품평을 하는 일종의 백일장을 열었습니다.

중양절의 세시풍속으로는 “등고(登高)”가 있는데 붉은 산수유 열매를 담은 주머니를 차거나 머리에 꽂고 산에 올라가 국화전을 먹고 국화주를 마시며 즐겼지요. 붉은 수유 열매는 귀신을 쫓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시풍속은 조선말기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책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와 역시 조선말기의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기록되어 있지요. 또 중양절에는 국화잎을 따다가 술을 담그고, 화전을 부쳐 먹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추석 때 햇곡식으로 차례를 드리지 못한 집에서는 이 날 차례를 지내기도 합니다. 오늘 중양절, 국화전을 안주로 국화주 한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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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20>

백제여인의 아들 환무왕을 기리는 지다이마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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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교토의 3대 마츠리라고 하면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 (葵祭), 7월 17일의 기온마츠리 (祇園祭), 10월 22일의 ‘지다이마츠리(時代祭)를 꼽는다. 오래된 순서를 꼽으라면 아오이마츠리 (567년), 기온마츠리( 863년), 지다이마츠리(1895년) 순으로 꼽을 수 있다.

성격으로 따지자면 아오이마츠리는 궁정에서 시작한 마츠리(국가의 제사 형식)로 볼 수 있고 기온마츠리는 서민(전염병 퇴치의 제사)층에서 향수하던 마츠리다. 내일 10월 22일에 열리는 지다이마츠리는 명치정부가 교토 천도(헤이안 천도, 794년) 1100년째를 기념하여 명치28(1895)년에 새로 시작한 마츠리다.

명치정부는 교토 천도 당시의 환무왕(桓武天皇)을 모시기 위한 사당으로 헤이안신궁(平安神宮)을 만들고 그해 10월 22일부터 10월 24일에 걸쳐서 성대한 마츠리를 거행했는데 올해로 120년을 맞이한다.

지다이마츠리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도구, 행렬 시간 등을 따지자면 7월의 기온마츠리(祇園祭)가 가장 성대하지만 5월의 아오이마츠리(葵祭)나 10월22일의 지다이마츠리(時代祭)도 꽤 볼만하다. 지다이마츠리 행렬은 교토 어소(御所)를 낮 12시에 출발하여 가라스마도오리 등 시내 4∼5킬로 구간을 행진한 뒤 헤이안신궁(平安神宮)으로 돌아오는 코스인데 시내 행진 시에는 각 시대별 곧 헤이안-가마쿠라-무로마치-안도모모야마-에도-메이지시대의 옷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의 행렬이 볼만하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교토 천도를 단행한 환무왕의 어머니가 백제여인 고야신립이라는 사실이다. 고야신립은 제50대 환무왕(桓武天皇) 낳았으며 그는 눈부신 교토의 발전을 이룩한 왕으로 오늘날 “교토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교토의 3대 마츠리를 모두 참석해본 글쓴이로서는 기온마츠리의 위용을 가장 볼만한 마츠리로 꼽고 싶지만 5월의 아오이마츠리나 10월 지다이마츠리도 한번쯤은 볼만하다. 기왕에 일본 교토에 갈일이 있다면 교토 시내에서 실시하는 지다이마츠리를 구경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교토 시내에 있는 히라노신사(平野神社, 제50대 환무왕 어머니 고야신립‘高野新笠’을 모신 사당)와 교토 서부 오오에(大枝)마을에 있는 고야신립 무덤에 들러 보길 권한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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