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머니들이 바느질할 때 쓰던 도구 가운데 화롯불에 묻어놓고 달구어가며 천의 구김살을 눌러 펴거나 솔기를 꺾어 누르는 데 쓰던 인두를 기억하시나요? 인두는 무쇠로 만들며 바닥이 반반하고 긴 손잡이가 달렸지요. 형태는 인두머리 끝이 뾰족한 것, 모진 것, 유선 모양이 있는데 특히 인두머리가 뾰족한 것은 저고리의 깃·섶코·버선코·배래·도련 같은 정교한 곡선을 다리는 데 썼습니다. 또 마름질을 할 때 재단선을 표시하려고 금을 긋는 데에도 분필 대신 사용하기도 했죠.
인두에 반드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인두판입니다. 이것은 직사각형 나무판 위아래에 솜을 도톰하게 두고 무명이나 비단헝겊으로 씌운 것입니다. 인두판은 인두질을 할 때 썼으며, 솔기를 꺾거나 풀칠을 할 때에도 썼지요.
인두는 바느질할 때만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데도 썼습니다. 그렇게 그린 그림은 인두화 또는 낙화(烙畵)라고 했지요. 불에 달군 인두로 잘 마른 나무판이나 가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요. 인두로 그림을 그리는 장인을 낙죽장(烙竹匠)이라 하는데 1969년 11월 29일 중요무형문화재 3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에서 “바느질 솜씨가 보잘것없는 자가 들락날락하여 바르지 못한 것도 인두로 바느질한 곳을 한 번 다리면 잘못한 흔적이 감추어져 바늘의 공이 내 덕으로 광채가 난다”고 자랑하는 인화부인이 바로 인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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