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11월 30일 - 칠불사 아자방은 구들 과학의 결정체입니다

튼씩이 2018. 11. 30. 15:45




칠불사 아자방

 
우리 배달겨레는 불을 잘 다루어 하늘로 올라가는 불을 방고래(구들장 밑으로 나 있는,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는 길) 속으로 기어들어가게 함으로써 불을 밟고 서고, 불을 깔고 앉고, 불을 베고 잘 수 있는 구들에서 살았습니다. 방에 요를 깔고 누우면 구들의 열이 요에 모여서 혈액순환이 안 좋은 등, 허리, 다리 같은 몸의 많은 부분을 직접 따뜻하게 하여 줍니다. 그리고 요보다 더 넓은 이불을 덮으면 구들에서 나는 열이 모여서 바닥에 닿지 않는 가슴, 배, 무릎, 발 따위 몸의 다른 부분을 따뜻하게 하여, 자는 동안에도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지요.

 

구들은 아궁이에서 구새(굴뚝)까지 불(열)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구조로 열이 오랫동안 머물게 합니다. 또 불을 넣지 않는 시간에도 구들을 늘 따뜻하게 하는 열 모으기 기술은 몸 아랫부분의 체온을 유지하게 하지요. 정말이지 과학적이며 위생적인 난방법입니다.

 

한 번 불을 지피면 구들방 온기가 49일이나 가시지 않는다고 하는 칠불사(七佛寺) 아자방(亞字房)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144호로 하동군 화개면 법왕리에 있습니다. 세계건축대사전에도 기록될 정도로 독특한 양식을 하고 있는데 신라 효공왕(孝恭王, 897-911) 때 담공선사(曇空禪師)가 길이 8m의 이중 온돌방을 만든 것입니다. 그 방 모양이 亞 자와 같아 아자방(亞字房)이라고 이름이 붙었죠. 온돌방의 대표격으로 오늘날에도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세기 전만 해도 흔하던 구들 깔린 방이 이제는 일부러 가서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희귀한 유산이 되어 안타깝습니다.

 

이제 서서히 겨울철로 들어섭니다. 칼바람이 부는 엄동설한이 되면 우리 겨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온돌방이었을 것입니다. 우리 겨레 스스로 온돌이 구시대 고리타분한 유물이라고 여긴 적도 있지만 이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난방법으로 꼽혀 중국, 일본은 물론 유럽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