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이 생겨날 제
임을 좇아 생겨나니
한평생 연분이며
하늘 모를 일이런가
나 오직 젊어 있고
임 오직 날 사랑하시니
이 마음 이 사랑
견줄 데 전혀 없다
평생 원하기를
함께 지내자 하였더니
늙어서야 무슨 일로
외로이 두고 그리는고
엊그제 임을 모셔
광한전에 올랐더니
그 사이 어찌하여 ……
송강 정철(1536~1593)은 시묘살이를 위해 경기도 고양군 새원에서 지낸 적이 있지요. 이 ‘사미인곡’은 그가 사랑하던 의기(義妓) 강아아씨를 떠오르게 해, 더욱 마음을 아련하게 합니다. 그는 조선 사대부가 한문문학만 할 때 한글로 가사문학을 꽃 피운 위대한 문인이었습니다. 조선 시대 가사문학의 대가인 단가(短歌)의 고산 윤선도와 더불어 한국 시가사(詩歌史)의 쌍벽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정철은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간의 깊은 우애로도 유명했습니다. 술을 아주 좋아하였지만 부모의 기일이 돌아오면 한 달씩 입에 대지 않을 만큼 자기관리에게 철저한 사람이기도 했지요. 그가 강직하고 충의 있는 선비라는 데는 이론이 없으나 성질이 급하고 너그럽지 못한 점이 흠이라고 전해집니다.
경기도 고양시 신원동(새원)에는 송강 낚시터, 송강골이 있는데 그는 이곳에서 35살 때 부친상, 38살 때 모친상을 당해 각각 시묘살이 3년씩을 치른 바 있으며 송강을 포함한 가족들이 이곳에 묻혔으나 사후 72년 만에 모두 충북 진천으로 이장되었습니다. 현재 신원에는 강아 아씨 무덤만이 남아 있습니다. 송강 정철은 1536년 12월 6일 태어나 58살을 살다 1593년 12월 18일 강화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사미인곡'과 같은 주옥같은 가사문학 작품을 남긴 학자요, 대시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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