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12월 19일 - 동장군은 우리말이 아니랍니다

튼씩이 2018. 12. 19. 10:24

흔히 지금을 동장군(冬將軍)의 계절이라 합니다. 경기도 포천에서는 동장군 잔치(축제)를 어느새 7회째 열고 있다고 하지요. 한겨울 몹시 추울 때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한자로 ‘冬將軍’이라고 쓰는 이 말은 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동장군을 “겨울 장군이라는 뜻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짧게 설명해놓았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알 수 없는 풀이입니다. 이러한 일본말 찌꺼기를 쉽게 풀이한 <사쿠라 훈민정음>에 따르면, 이 말은 일본에서 쓰기 시작한 말을 들여온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 국어사전 <다이지센(大辭泉)>에는 “ふゆ‐しょうぐん【冬将軍】:《モスクワに遠征したナポレオンが、冬の寒さと雪が原因で敗れたところから》冬の厳しい寒さをいう語。また、寒くて厳しい冬のこと。로 되어 있는데 번역하면, “후유쇼군, 모스크바를 정복(원정)하러 간 나폴레옹이 겨울추위와 눈으로 패한 데서 유래한 말로 겨울혹한을 이르는 말. 심한 겨울 추위 그 자체”로 번역된다고 하지요. 다시 말하면 동장군은 1812년 러시아-프랑스 전투에서 혹한의 날씨로 진 프랑스 군대를 보고 영국기자가 말한 ‘general frost’를 일본에서 번역한 말입니다.

 

그렇다면 동장군은 근세에 생긴 말인데 조선 시대엔 뭐라고 했을까요? 조선 중기 한문 사대가 가운데 한 사람인 계곡 장유 선생의 시문집 <계곡집>에 ‘차운한 시(次韻)’가 나오는데 거기엔 현명(玄冥)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형살(刑殺)을 담당하는 북방의 신(神)’을 뜻하며, 동장군과 같은 뜻입니다.

 

장군(쇼군, 사무라이) 문화 700년을 거친 일본인들이 만든 말 동장군(후유쇼군)은 선비 문화 600년을 거친 한국인들이 번역했다면 ‘대감추위’ 정도였을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동장군이 일본에서 들어온 말임을 뚜렷하게 밝히고 일본 사전처럼 러시아-프랑스 전투에서 프랑스가 혹한 때문에 진 데서 유래했다는 것을 밝혀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동장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동장군=겨울장군’이란 풀이는 아무리 봐도 씁쓸한 풀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