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는 나쁜 귀신을 쫓을 때 붉은빛이 좋다고 여겼습니다. 동지나 이사할 때에는 붉은빛 팥죽을 끓여 먹고 대문이나 문설주에 뿌려 부정한 것이 끼어들지 못하게 합니다. 또 정월 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은 팥, 수수, 대추 같은 붉은 곡식이 주를 이루고 있고, 약식도 붉은빛입니다.
또 유두에는 밀누룩을 구슬처럼 만들어 붉게 물을 들인 다음 허리에 차고 다니거나 문설주에 매달아놓기도 했지요. 그런가 하면 아들을 낳았을 때, 간장 항아리 그리고 집을 상량할 때나 샘을 새로 팠을 때 치는 금줄에도 붉은 고추를 달아놓습니다. 중양절에는 여성들이 붉은 산수유 열매가지를 머리에 꽂기도 했고 또 아궁이에 불을 때다가 불똥이 튀어 치마에 구멍이 나면 음습한 곳을 찾아다니는 귀신을 쫓으려고 붉은 헝겊으로 구멍을 꿰매기도 했으며, 결혼하는 신부는 연지를 찍었습니다.
《연산군실록》을 보면, 나례의식에서 역질을 쫓을 때 사람이 너무 많이 등장하므로 줄이라고 하는데 “방상씨(方相氏)와 귀신을 부르는 사람은 줄이지 말라”고 합니다. '방상씨' 또는 '방상시'는 곰 가죽을 쓰고 황금으로 만든 눈 네 개를 달고 붉은 치마를 입고 창을 짚고 방패를 들었던 악귀 쫓는 사람인데 오늘날엔 짚으로 만들거나 가면 따위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때도 붉은색이 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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