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49.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 “한란”

튼씩이 2016. 3. 22. 12:25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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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3. 22.



제주 한란은 한라산 남쪽 경사면인 서귀포시 지역 해발 250~600m 사이의 늘푸른나무(상록수림대) 숲속에 분포합니다. 제주 한란은 늘푸른잎을 가진 난과식물로서 잎의 너비가 1.3cm 안팎이고 길이는 40~70cm 정도 되는데, 잎 모양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며 잎 표면은 윤기가 있고 가장자리는 매끈합니다. 또 하나의 꽃대에는 약 3~10송이가 달리는데 보통 5송이 정도 꽃이 피지요.

그런데 이 한란은 자생분포지나 거기에 자생하는 그루 수가 매우 적은 것도 문제이지만 살아있는 극소수의 어린 나무들마저도 주변 환경의 변화와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마구 베어짐으로 인하여 점차 사라져만 가고 있습니다. 제주 한란은 워낙 희귀해서 꽃이 필 때가 와도 자생지에서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보기란 안타깝게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일반인이 함부로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한 서귀포시 돈네코의 자생지 보호구역 안에서는 해마다 때가 되면 탐스럽게 꽃이 핀 한란들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조선시대 영조 5년(1775) 제주목사였던 여암 신경준의 《여암유고(旅庵遺稿)》에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에만 일경다화(한 꽃대에 여러 송이 꽃이 피는 종)인 난이 있다는 기록이 있는데 바로 한란을 일컬은 것으로 보이며 당시 상황으로는 숲속 어디에서나 쉽사리 찾아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요. 제주 한란은 멸종위기에 처한 우리 고유의 식물자원으로 자생지와 그곳의 한란들을 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소중한 자연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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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속풀이 255 >

정효국악문화재단, 백영춘-최영숙의 “소리의 맥(脈)”



지난주에는 8.15해방이 궁중음악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이야기와 함께 함제홍-함재운-함화진으로 이어진 아악가문의 이야기를 하였다. 제3대 명완벽에 이어 4대에는 김영제, 그리고 5대는 함화진이 아악사장에 올랐는데, 이들은 악기나 악보, 악사의 확충 등, 아악부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공헌하였다는 이야기, 김영제 아악사장은 관악보 정리와 악기 보수, 함화진은 아악보급에 용력하여 당시 이화 여전에 국악강좌를 처음 열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악연주회를 통해 아악에 대한 인식제고에 노력하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함화진은 2대 아악사장을 지낸 함재운의 아들이며 단소 잘 불기로 유명했던 함제홍(별칭이 함소)의 손자로 그의 집안은 함제홍-함재운-함화진으로 이어진 아악의 명가라는 이야기, 함화진은 악리(樂理)에 밝아서 아악생 양성에 필요한 《아악개요》를 비롯하여 《악기편》, 《이조악제원론》, 《증보가곡원류》, 《조선음악통론》, 《조선음악소사》 등을 지었고, 해방 이후에는 대한국악원을 창설하여 국악발전에 크게 공헌하였다는 이야기도 했다.

또 형식을 중요시하고, 느린 템포, 표현을 절제하는 대궐의 아악이 일반인들에겐 호응을 받기 어려웠지만, 아악부의 책임자들이나 악사들은 앞으로 아악부가 헤쳐나가야 할 각종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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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전후의 국악계 이야기는 잠시 미루어두고, 이번 주에는 경서도창악회와 재담소리보존회를 이끌고 있는 백영춘과 최영숙이 준비해 온 2016년 정효재단에서 펼쳐지는 기획공연 <박춘재, 이창배 제, 소리의 맥(脈)을 찾아서>라는 공연관련 이야기를 소개하도록 한다.

이 기획 공연은 4개월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니까 2016년 3월29(화)부터 7월12일까지 매일 저녁 7시에 서초동 소재 <정효국악문화재단>에서 열릴 계획이다. 주최 측이 홍보하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들여다보기로 한다.

“이 공연은 <정효국악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사)경서도창악회, 재담소리보존회에서 주관하는 공연으로 경기, 서도지방에 전승되어 오는 민요와 재담소리의 저변확대를 위하여 특별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백영춘, 최영숙 명창이 지도하는 경서도창의 실습 참여와 무대 공연을 통해, 명창과 함께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됩니다.

특별히 첫 공연일인 3월 29(화), 오후 7시에는 개막 공연으로 “아리랑과 재담소리”를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주, 4월 5(화)부터 7월 12일까지(4달 동안)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는 강습을 통한 실습의 기회와 명인명창과의 대화 시간, 그리고 무대에서의 실제적인 공연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이러한 특별 시리즈는 새롭게 문을 연 전통문화의 공간, <정효국악문화재단>에서 진행되오니 관심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 있으시기 바랍니다.”

<정효국악문화재단>이란 어떤 곳이고, 백영춘-최영숙 등이 펼치는 박춘재제 재담소리와 이창배 제 경서도소리의 맥(脈)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말인가?

먼저 매우 낯선 이름 <정효국악문화재단>이란 어디에 있는 무엇을 위한 재단인가?

이 재단은 국공립 재단이 아니다. 이는 개인 곧 사설 문화재단이다. 평소 국악을 애호해 오던 독지가 한 분이 국악의 저변확대를 위해 서초동에 3층 건물을 마련하고 1층은 공연장, 2층은 국악박물관, 3층은 경서도창악회와 재담소리보존회원들이 모여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고 공연이 쉽도록 공간을 마련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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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나라도 하기 어렵고, 시(市)나 구 단위의 공공기관에서도 하기 어려운 일을 개인이 선뜻 앞에 나선 것이다. 많은 국악인들이 평소에 닦아온 그들의 기량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포기하는 예가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우선 무대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고, 또한 대여과정이 복잡하며 고액의 비용이 발생하기에 발표의 기회를 놓치고 포기하는 예가 허다한 것이 현재의 실정인 것이다. 이러한 국악계 현실에서 정말 만나기 어려운 분이 아닌가 한다. 매우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다. 국악인의 한 사람으로 재단의 이사장 김정석 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그는 기업을 운영하며 틈틈이 국악, 특히 전통민요 듣기와 배우기를 좋아하는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가다 어느 날, 우연히 최영숙의 소리를 듣고 그의 학원을 찾았는데, 작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앉아 소리를 배우고 익히는 모습, 곧 학원의 열악한 환경에 놀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영숙과 경서도 창악회를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 보다 확대하여 주위 국악인들에게 무대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하였다는 것이다.

이 문화재단은 엊그제 바로 지난 2016년 3월 13일에 개원하였다. 그리고 동 재단은 설립의 기념공연으로 백영춘과 최영숙이 준비한《박춘재, 이창배제 소리의 맥(脈)을 찾아서》를 올리게 된 것이다.

소리의 맥이란 공연의 의도는 이름에도 잘 나타나 있어서 쉽게 알 수 있다. 곧 1910년대 이후, 박춘재(朴春載)가 부르던 재담소리와 그리고 1950년대부터 벽파 이창배(李昌培)로부터 전수받은 경서도 소리를 좋은 환경에서 보다 더 올곧게 지켜가고자 하는 스스로의 의지요, 다짐이라고 하겠다.

특히, 재담소리는 광족 뒤 거의 끊길 위기를 맞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당시 박춘재의 사랑방에 드나들던 정득만(鄭得晩)이라든가 몇몇 명창들이 박춘재의 그 소리를 기억해 두었다가 백영춘에게 전해준 것이다. 백영춘은 이 소리를 기본으로 하면서 옛 자료들을 참고하여 당대의 재담소리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였고, 또한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 하면서 학계의 고증도 받았던 것이다. 그 결과 서울의 재담소리로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을 받았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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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한 범 / 단국대 명예교수, 한국전통음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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