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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 3247. 쇠를 녹여서 범종과 쇠제품을 만드는 장인, 주철장

튼씩이 2016. 3. 18. 18:30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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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3. 18.



충청북도 진천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종 제작사 성종사가 있습니다. 성종사에서는 최대 56톤 규모의 종을 만들 수 있다는데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큽니다. 이 성종사 대표로 53년째 종 하나만을 만들고 있는 장인이 있으니 바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인 원광식 선생이지요. 이 원광식 선생처럼 쇠를 녹여서 범종이나 각종 기물을 만드는 장인을 “주철장(鑄鐵匠)”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쇠를 녹여서 각종 기물을 만들기 시작한 때는 대략 기원전 6세기∼5세기 무렵으로 보이며,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쇠가 생산되고 매매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인류문명 발달에 쇠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기에 고대부터 쇠를 이용하여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 기술과 장인은 큰 관심사였지요. 또 한반도에 불교가 뿌리를 내리면서 절을 짓고 범종을 많이 만들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범종은 정교한 새김은 물론 울림소리가 웅장하여 동양권의 종 가운데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지요. 형태는 항아리를 거꾸로 엎어놓은 것 같은 모습이며 고리 구실을 하는 용뉴와 대롱 형태의 용통이 붙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범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은 통일신라시대인 725년에 만든 오대산 상원사 동종이며, 크기와 아름다움 면에서는 성덕대왕신종이 꼽힙니다..

옛 얼레빗 (2012-03-21)


2273. 음력 2월은 머슴이 썩은 새끼를 가지고 뒷산에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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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2월은 중춘(仲春), 중춘(中春), 묘월(卯月), 협종(夾鐘), 여월(如月), 여월(麗月), 화조(花朝), 화조(華朝), 혜풍(惠風), 도월(桃月), 화월(花月), 걸춘(乞春), 반춘(半春) 같은 별명이 있습니다. 2월 농촌에서는 농사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지요. 그래서 머슴이 썩은 새끼줄을 가지고 뒷산에 목매달아 죽으러 올라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농사가 시작되면 죽을 만큼 고생을 하게 되지만 막상 죽을 수는 없는 심경을 잘 표현하고 있는 농촌속담입니다.

바닷가에서도 2월은 중요한 달로 영등달이라고도 하는데 바닷일은 무엇보다도 바람에 의해서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어촌에서는 영등달을 중시하지요. 지방에 따라서는 ‘영동달’, ‘남의달’, ‘너무달’, ‘노무달’, ‘상달’처럼 부르기도 합니다. 특히 영등달에는 지키는 것이 많은데 예를 들면 혼인을 치르지 않고 장례식도 다음으로 미룹니다.

부득이 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을 때는 땅을 파지 않고 주검 위에 흙을 덮은 채 두었다가 나중에 장사지내거나 초분(바로 묻지 않고, 1~3년 이엉으로 관을 덮어두는 무덤)을 해서 주검을 모십니다. 이때는 부정한 것을 가려서 장도 담그지 않는데 20일이 넘으면 이러한 금기에서 풀리지요. 이러한 금기는 행여 영등할머니의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서이며 영등할머니가 땅에서 머무는 동안에 일을 벌이면 화를 입는다고 믿었습니다. 이래저래 음력 2월은 머슴도 바쁘고 영등할매도 활개치는 달입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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