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67. 조선시대 우리도 목장이 있었다

튼씩이 2016. 4. 15. 10:34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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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4. 15.


우리는 목장하면 스위스 알프스 목장이나 미국 서부 목장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서양 목장만큼 넓은 형태는 아니지만 조선시대에 소나 말을 기르는 목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도에 목장을 그려 넣고 소와 말, 그리고 목자(牧子)의 통계와 목장의 넓이 따위를 적어놓은 목장에 관한 지도책이 전해집니다. 1663년(현종 4) 허목(許穆)이 지은 보물 제1595-1호 《목장지도(牧場地圖)》가 그것입니다. 이 책은 전에 있던 지도를 허목이 보완한 것으로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그 부본(보물 제1595-2호)이 부산대학교도서관에 있습니다.

《목장지도》 후서(後序)를 보면, 1635년(인조 13) 장유가 당시 사복시정(司僕寺正, 사복시-司僕寺 - 말 관리나 마구, 수레 따위를 관리하는 관청의 정삼품으로 사복시의 으뜸 벼슬)으로 있을 때 《목장지도》를 지어 올린 적이 있다고 되어 있지요. 또한 효종 때 사복시제조 정태화(鄭太和)가 정비하여 베꼈고, 이것을 허목이 다시 정비했다는 내력이 소상히 열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목장지도》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는 동안 책 일부분이 없어졌지요. 그뿐만 아니라 그간 목장의 변동도 있었고, 효종의 북벌계획으로 마정(馬政:말의 사육, 품종 개량, 번식, 수출입 등에 관한 행정)의 새로운 개혁도 필요하게 되어 이 지도를 손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때 그대로 있거나 또는 없어진 목장을 구별해 놓은 것이 바로 이 《목장지도》입니다. 이 《목장지도》에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138 곳의 목장 소재지 지도가 있고 목장마다의 넓이, 말 숫자, ·목, ·감목관(監牧官) 등의 통계가 들어 있는데 목장은 대부분 섬이나 바다로 튀어나온 뭍에 있었습니다.

옛 얼레빗 (2012-04-19)


2290. 불굴의 저항 정신으로 한평생을 살다간 심산 김창숙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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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은 흉탄에 쓰러지고 / 단재는 수문랑(하늘의 벼슬)으로 멀리 갔네 / 가련한 손, 홀로 남은 심산 노벽자(늙은 앉은뱅이) / 여섯 해 동안 삼각산 아래 몸져누웠도다.” 이 시는 심산 김창숙 (1879~1962) 선생이 병상에서 백범 김구와 단재 신채호 선생을 기리며 쓴 시입니다. 심산 김창숙 선생은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빼앗으려고 강제로 맺은 을사늑약 (1905)이 단행되자 스승 이승희와 대궐 앞으로 나아가 을사오적의 목을 베라는 상소를 시작으로 1960년 4·19 직후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의장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민족운동사 중심에 서 계셨던 분입니다.

선생은 3·1운동이 일어나자 130여 명의 뜻을 모아 한국 독립을 호소하는 진정서를 작성하여 파리만국평화회의에 보내는 등 해방이 되기까지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의 맨 앞에서 뛰었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사람 가운데 독립, 통일, 민주화 운동을 통틀어 심산 김창숙 선생을 따를 만한 이가 없다는 평을 받을 만큼 불굴의 정신으로 일관한 선생은 독립운동에 두 아들을 바치고 선생은 일제의 모진 고문으로 두 다리를 못 쓰는 앉은뱅이가 되어 누울 집 한 칸도 없이 외롭게 생을 마감합니다.

이승만 정권의 독재가 기승을 부릴 무렵 효창원에 묻힌 백범 김구, 석오 이동녕, 윤봉길, 이봉창의사 등 일곱 열사 무덤을 파헤치려는 만행을 목전에 둔 선생은 270명의 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선두에 서서 공병대의 불도저 앞에 드러누워 이들의 만행을 저지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불의에 저항하여 수많은 투쟁을 해온 심산 선생은 투쟁에서 얻은 성과는 효창원뿐이라고 했지만 선생이 아니었으면 불도저의 굉음 소리에 선열들의 무덤도 온전하지 못할 뻔했지요. 오늘 52돌 4·19 혁명일에 부쳐 불굴의 정신으로 한평생을 살다간 심산 김창숙 선생의 삶을 되돌아보며 불의에 항거하다 숨진 이 땅의 모든 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에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밉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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