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76 – 족두리

튼씩이 2019. 6. 24. 08:07

또야머리라는 머리 형태가 있다. 조선 시대에는 궁중에서 품계를 받은 여자들, 이를테면 빈(嬪), 귀인(貴人), 소의(昭儀), 숙의(淑儀), 소용(昭容), 숙용(淑容), 소원(昭媛), 숙원(淑媛) 같은 사람들을 내명부(內命婦)라고 하고, 궁 밖에 살면서 남편의 직품(職品)에 따라 품계를 받은 부인들을 외명부(外命婦)라고 했는데, 내외명부가 예장(禮裝)을 할 때 틀던 머리가 또야머리다. 또야치 또는 똬머리라고도 한다. “머리 위에 머리를? 또야?” 이런 뜻에서 나온 이름일 것 같다. 또야머리에 대해 사전은 ‘금으로 만든 첩지를 두 가닥의 다리 위에 붙이고 이것을 가르마 위에 얹은 뒤에 그 다리 가닥을 본머리에 합쳐서 땋은 머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첩지와 다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첩지는 머리꾸미개의 일종인데, 은으로 용이나 봉황 따위의 형상을 만들고, 좌우로 긴 머리털을 달아서, 가르마 위에 대고 뒤로 잦혀 매는 물건이다. 족두리나 화관 같은 것이 걸려서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는 쓰임새를 갖고 있다.


다리는 머리숱이 많아 보이라고 덧넣었던 딴머리를 가리키는데, 알기 쉽게 말하자면 가발이다. 백중날 나들이를 나온 새악시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백석(白石)의 <칠월 백중>이라는 시를 보면 ‘머리는 다리를 서너 켜레씩 들어서 시뻘건 꼬둘채댕기를 삐뚜룩하니 해 꽂고’라는 대목이 나온다. 꼬둘채댕기는 가늘고 길게 만들어서 꼬드러지도록 빳빳하게 드린 댕기를 가리킨다. ‘머리는 다리를 서너 켜레씩 들어서’라는 부분은 다리를 서너 개(‘켜레’라는 말이 나오기는 하지만 지금은 쓰이지 않는 말이고, 표준말로 다리를 세는 단위를 무엇이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개’로 썼다)씩 얹어 머리를 풍성하게 만든 새악시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족두리 (명) 부녀자들이 예복을 입을 때에 머리에 얹던 관의 하나. 위는 대개 여섯 모가 지고 아래는 둥글며, 보통 검은 비단으로 만들고 구슬로 꾸민다.


쓰임의 예 – 그때 비로서 홍이는 제정신이 든 것처럼 신부 곁으로 다가앉으며 족두리를 벗긴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서)

              - 신부는 폐백을 드리고 나서야 큰 낭자와 족두리를 벗어 놓았다. (이기영의 소설 『봄』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다리 – 머리숱이 많아 보이라고 덧넣는 딴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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