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79 – 옷깃

튼씩이 2019. 6. 28. 08:09

갓난아이가 자면서 웃거나 눈, 코, 입을 쫑긋거리는 짓을 배냇짓이라고 한다. ‘배내-’는 ‘어머니의 배 안에 있었을 때부터의’라는 뜻을 가진 앞가지(접두어)다. 그래서 갓난아이가 먹은 것 없이 처음으로 싸는 똥은 배내똥, 태어나서 한 번도 깍지 않은 갓난아이의 머리털은 배냇머리라고 한다. 배내옷은 깃과 섶을 달지 않은 갓난아이의 저고리인데, 깃저고리 또는 배냇저고리라고도 한다. 깃이란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목에 둘러대 앞에서 여밀 수 있도록 된 부분, 즉 옷깃을 가리킨다. 이 옷깃 위에 덧대어 꾸미는 하얀 헝겊 오리가 바로 동정이다. 섶이란 옷깃 아래쪽에 달린 길쭉한 헝겊, 즉 옷섶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옷깃이 스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옷자락이나, 옷소매, 옷섶은 앞이나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으므로 지나치면서 스치기 쉽지만, 옷깃은 일부러 다가가 끌어안기 전에는 스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옷깃을 스친 인연’이란 대단한 인연일 수밖에 없다. 끌어안고 입맞춤이라도 한 인연이라고나 할까.

깃에 대해 심화학습으로 들어가 보자. 외양간이나 마구간, 닭둥우리에 깔아 주는 짚이나 마른풀도 깃이라고 한다. 그래서 짐승이 보금자리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 살거나 사람이 어디에 자리 잡아 사는 것을 ‘깃들인다’고 한다. 옛날에는 깃이 보금자리나 둥지, 소굴(巢窟)이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고깃깃이나 부싯깃도 모두 줄여서 깃이라고 하는데, 풀과 관계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깃깃은 물고기를 많이 모이게 하기 위해 물속에 넣어 두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나 풀포기를 가리킨다. 일종의 어초(魚礁)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라이터가 없었던 옛날에는 부시를 이용해 불을 일으켰는데, 여기에는 부시와 부싯돌, 부싯깃, 이 세 가지가 꼭 필요하다. 부시는 쇳조각이고, 부싯돌은 석영의 일종이며, 부싯깃은 수리취나 쑥을 불에 볶아 말려 불이 붙기 쉽게 만든 것이다. 부시로 부싯돌을 쳐서 부싯깃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옷깃 (명) ①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목에 둘러대어 앞에서 여밀 수 있도록 된 부분. =깃.
     

              ② 양복 윗옷에서 목둘레에 길게 덧붙여 있는 부분.


쓰임의 예 – 빗물이 철모에서 목덜미로 흘러내려 상혁은 옷깃 사이로 목을 자라처럼 깊이 움츠렸다. (홍성원의 소설 『육이오』에서)

         

              -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 나도 몰래/먼 길에 걸어 놓은 나의 마음/밤이면 행여나 그대 오질 않나/내 마음 등불이 되고 싶네. (이상우의 노래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고깃깃 – 물고기를 많이 모이게 하기 위해 물 속에 넣어 두는,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나 풀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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