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98 – 여닫이

튼씩이 2019. 7. 18. 08:34

문이나 창은 열고 닫는 방식에 따라 크게 여닫이와 미닫이, 내리닫이로 나뉜다. 여닫이는 다시 안쪽으로 열게 된 안여닫이와 밖으로 열리는 외여닫이로 나뉘는데, 밀어서 여는 밀문과 당겨서 여는 당길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안여닫이는 안에서 보면 당길문이고 밖에서 보면 밀문이 되는 것이다. 문받이턱이 없어서 안팎으로 자유롭게 열 수 있는 문은 자재 여닫이문이라고 한다. 자재는 자유자재(自由自在)의 자재다. 문받이턱은 여닫이문을 닫을 때 그 이상 닫히지 않도록 받쳐 주는, 문틀에 낸 턱인데, 다른 말로는 원산(遠山)이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는 ‘먼 산’이라는 뜻을 가진 원산은 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낱말이다. 안경테에서 두 알을 잇는 부분도 원산이라고 하고, 재래식 변기의 앞쪽에 산 모양으로 둥글게 튀어나와 있는 부분도 원산이라고 한다.


문고리를 잡고 밀고 당기고 하면서 복닥거리거나 승강이를 하는 짓을 미닥질이라고 하는데, 미닥질은 승강이가 ‘오르다(昇)’와 ‘내리다(降)’라는 상반된 개념의 말들이 결합해 이뤄진 말인 것처럼 ‘밀다’와 ‘당기다’가 말밑이 되어 생긴 말이다. 미닥질과 승강이 말고도 서로 옳으니 그르니 하며 다툼을 뜻하는 말로는 시비(是非)와 옥신각신이 있다. 옥신각신은 이름씨로도 어찌씨로도 쓰이는 낱말이다. ‘옥신거리다’가 ‘옥신각신하다’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각신거리다’라는 말은 없는 것을 보면 ‘옥신각신’의 ‘각신’은 ‘미주알고주알’의 ‘고주알’처럼 운을 맞추기 위해 뜻 없이 덧붙인 말인 것 같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일이다. 옥신각신이 ‘오다’와 ‘가다’를 말밑으로 하고 있을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여닫이 (명) 문틀에 고정되어 있는 경첩이나 돌쩌귀 따위를 축으로 하여 열고 닫고 하는 방식. 또는 그런 방식의 문이나 창을 통틀어 이르는 말.


쓰임의 예 – 연탄 아궁이에는 큼지막한 양은솥이 걸려 있었는데, 물이 미적지근하게 데워지고 있는지 김이 여닫이 나무 문짝에 어리고 있었다. (김원우의 소설 『짐승의 시간』에서)


              - 엉성하게 발로 엮어진 여닫이가 삐걱 녹슨 경첩에서 소리를 냈다. (유주현의 소설 『하오의 연가』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미닥질 – 문고리를 잡고 밀고 당기고 하면서 복닥거리거나 승강이를 하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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