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16 – 바리데기

튼씩이 2019. 8. 8. 08:08

영화감독 장선우와 만화가 박재동의 공동 작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바리공주>는 무려 11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관객 동원 13만 명에 그쳐 ‘2002년 영화계 최대의 재앙’으로 불리는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실패의 여파로 제작이 중단되고 말았다. <바리공주>를 기다리다 목이 빠진 영화 팬들은 애니메이션 <오세암>을 만든 성백엽 감독의 <바리공주>가 올 겨울이나 내년쯤 개봉된다니 조금 더 기다려볼 일이다.


바리공주의 원래 이름이 바리데기다. 바리데기의 ‘바리’는 ‘버리다’라는 말에서 온 것이어서 한자로는 ‘사희공주(捨姬公主)’라고 적는다. ‘사희(捨姬)’는 ‘버려진 아가씨’라는 뜻이다. ‘-데기’는 부엌데기, 소박데기, 늙은데기처럼 사람을 낮잡아 부를 때 붙이는 뒷가지(접미사)다. 소박데기는 남편에게 소박당한 여자, 늙은데기는 늙은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바리데기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천덕꾸러기라는 뜻이다.


‘옛날 오구대왕이 계속해서 여섯 공주를 낳았다. 일곱째는 꼭 아들을 보기 위하여 온갖 치성을 다 드렸지만 역시 딸이었다. 이에 노한 대왕은 일곱째인 바리공주를 상자에 넣어 강물에 띄워 버렸다. 아기는 바리공덕 할아범과 할멈에게 구출되어 자라났다. 바리공주가 15세 되던 해에 대왕이 병이 들었다. 청의동자가 대왕의 꿈에 나타나 하늘이 내린 아기를 버린 죄로 죽게 되었다며, 버린 아기가 무장신선의 불사약을 구해 와야 살 수 있다고 가르쳐주었다. 이에 대왕은 어렵사리 바리공주를 찾아냈다. 바리공주는 아버지의 불사약을 구하러 저승세계를 지나 신선세계로 갔다. 거기서 무장신선을 만나 불사약의 대가로 나무하기 3년, 물 긷기 3년, 불 때기 3년 등 9년 동안 일을 해주는 한편, 무장신선과 혼인해 아들 일곱을 낳아주었다. 그 뒤 돌아와 보니 이미 대왕은 죽어 있었다. 바리공주가 가지고 온 불사약 덕분에 다시 살아난 대왕마마는 공주의 소원을 들어 공주를 만신의 왕이 되게 하고, 일곱 아들은 저승의 십대왕이 되게 하였다.’ 이것이 간략히 줄인 바리데기 전설이다.



바리데기 (명) 지노귀새남에서, 무당이 색동옷을 입고 모시는 젊은 여신.


쓰임의 예 – 한 번 죽어야 갈 수 있는 저승의 강 유사하를 건넌 바리데기처럼, 우리도 한 번 우리 정신의 근본을 뒤집어 보자. 그래야 우리 문화의 세계, 그 광대무변한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류이인렬의 글 <노래하는 신화1 바리데기 콤플렉스를 넘어서>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데기 – 부엌데기, 소박데기, 늙은데기처럼 사람을 낮잡아 부를 때 붙이는 뒷가지(접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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