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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롱이 개암 열매 제풀에 떨어지고 상강도 주춤주춤 잰걸음을 치는 저녁 부뚜막 개다리소반엔 시래깃국 두 그릇 노부부 살강살강 그릇을 비우는 사이 빈 마을 휘돌아 온 살가운 바람 한 올 홍적세(洪績世) 까만 시간을 되짚고 돌아왔다“
위 시는 상강 즈음을 노래한 정용국 시인의 “아득하다”입니다. 내일은 24절기 가운데 열여덟째 절기 “상강(霜降)”이지요. “상강”은 ‘서리가 내린다.’는 뜻인 것처럼 이때는 무서리가 하얗게 내리며, 만산홍엽(滿山紅葉) 단풍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1961년 10월 24일 자에 보면 “누렇게 시든 가로수 잎들이 포도 위에 딩굴고, 온기 없는 석양이 삘딩 창문에 길게 비쳐지면 가을도 고비를 넘긴다.”라며 상강을 얘기하지요.
〈농가월령가〉에 보면 “들에는 조, 피더미, 집 근처 콩, 팥가리, 벼 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라는 구절이 보이는데 가을걷이할 곡식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일손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 "가을 들판에는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라는 말이 있는데, 쓸모없는 부지깽이도 필요할 만큼 바쁘고 존귀하신 대부인까지 나서야 할 만큼 곡식 갈무리로 바쁨을 나타낸 말들입니다. 또 이때부터는 슬슬 겨우살이 채비를 서둘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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