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02. 모레는 망종, 발등에 오줌 싼다

튼씩이 2016. 6. 3. 14:34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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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6. 3.



모레는 24절기 가운데 아홉째 망종(芒種)입니다. 망종이란 벼, 보리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적당한 때인데 모내기와 보리베기에 알맞은 때지요. 그러므로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는 절기로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라는 속담이 있는데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무렵은 모내기와 보리베기가 겹치는 때여서 “발등에 오줌 싼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한해 가운데 가장 바쁜 철이지요. 바쁘다는 것을 말하는 또 다른 속담으로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 “별보고 나가 별보고 들어온다.”도 있습니다.

예전엔 보리 베기 전에 늘 "보릿고개“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보릿고개“를 뜻하는 한자말 “맥령(麥嶺)”, “춘기(春饑)”, “궁춘(窮春)”, “춘빈(春貧)”, “춘기근(春飢饉)”, ”궁절(窮節)” 같은 여러 가지 말들이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나올 정도입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망종까지 헐벗고 굶주린 백성이 많았는데 보리는 소화가 잘 안 돼 ‘보리방귀’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보리방귀를 연신 뀔 정도로 보리를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방귀 길 나자 보리양식 떨어진다.’는 속담이 나왔을까요. 제발 이제는 '보릿고개'란 말이 옛말로만 남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옛 얼레빗 (2012-06-04)


2317. 잎으로 꽃과 열매를 감싸는 들꽃 여우구슬의 모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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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개봉한 영화 “구미호”에선 구미호가 뱉어내는 구슬이 등장했습니다. 이 구슬은 구미호가 고통스럽게 뱉어낸 것으로 이를 주고받으며 서로 사랑을 확인하지요. 그런가 하면 지난 2010년 방영된 KBS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여우구슬은 자식의 목숨을 구하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구미호 곧 꼬리가 9개 달렸다는 여우에게 구슬이 있었다는 이야기였지요.

재미나게도 우리 토종 들꽃 가운데 “여우구슬"이란 것이 있습니다. 들어 보셨나요? 여우구슬은 키가 15~40cm로 작아 사람이 이 여우구슬을 제대로 보려면 키를 바짝 낮춰야 합니다. 더구나 이 꽃은 0.5mm밖에 안 돼 눈곱보다 더 작을 정도입니다. 특히 이 여우구슬을 잘 살펴보면 낮에는 잎이 하늘을 향해 펼쳐 있어서 작은 꽃과 열매를 받치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잎이 오므라져 꽃과 열매를 감싸지요. 여우구슬은 마치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듯 잎으로 꽃과 열매를 받치거나 감싸는 기막힌 들꽃입니다. 여기서 여우구슬 말고 “여우주머니”란 것도 있습니다. 여우구슬 열매는 열매자루가 없이 줄기에 바짝 붙고, 타원형의 오돌토돌한 모양으로 생겼는데 여우주머니 열매는 열매자루가 있고 매끈하며 끝이 뾰족한 편입니다. 신비로운 여름 들꽃 여우구슬을 보러 가까운 풀밭으로 나들이를 해보시겠어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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