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01. 김정희 제자 이상적, 청나라 정보통이었다

튼씩이 2016. 6. 2. 11:57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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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6. 2.



국보 180호 “세한도(歲寒圖)”. 이 유명한 그림은 추사 김정희가 유배 중에도 외면하지 않고 중국에서 수많은 책을 사다 주었으며 청나라 문인들의 편지를 전해준 제자 이상적(李尙迪, 1804∼1865)에게 고마움을 담아 그려준 것이지요. 그 이상적은 중국에 열두 차례나 다녀왔는데 27살 되던 해부터 환갑이 지난 1864년까지 중국에 다녀와 한번 다녀오는데 반년이나 걸리고, 준비기간도 필요한 것을 생각한다면 젊은 시절의 절반을 중국에서 머무른 것입니다. 그런 이상적은 단순히 중국을 드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문인들에게서 인정받고 많은 교류를 했던 사람이지요.

특히 그는 제8차 연행을 했던 1847년 북경 유리창(평화문 남쪽에 거리로 고서ㆍ미술품 상점가)에서 문집 《은송당집(恩誦堂集)》을 펴냈습니다. 나라안팎에서 문인들과 주고받은 시문을 12권 목판본으로 낸 것인데, 표지 제목과 서문, 찬(讚)을 모두 청나라 문인들이 짓고 써주어 그가 청나라 사람들과 어느 정도 교분이 두터웠는지 짐작이 갑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상적은 청나라 문인에게서 받은 편지를 모아 《해린척독(海隣尺牘)》이라는 10권 분량의 서한집도 냈는데 이는 인쇄하지 않아 필사본만 전해집니다.

이상적은 또 청나라에서 크게 일어난 “태평천국(太平天國)의 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조정에 보고했지요. 사신들이야 북경을 나설 수가 없었고 더구나 청나라 말로 소통할 수 없기에 정보를 알 수가 없지만 이상적은 청나라 인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상적이 1859년 제10차 연행에서 돌아와 올린 “견문사건(見聞事件)”을 보면 청나라 장수들이 군자금을 빼돌리고, 영국 오랑캐가 이 틈을 타서 약탈을 감행하는 것은 물론 천진을 개방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까지 상세하게 보고한 청나라에 관한 한 으뜸 정보통이었습니다.

옛 얼레빗 (2012-05-30)



2315. 출장 가는 소반, 공고상(公故床)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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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음식을 얹어 나르거나 방에 놓고 식탁으로 쓰는 상(床)의 종류를 소반(小盤)이라고 합니다. 소반에는 다리 모양새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지요. 다리가 하나뿐인 상은 “외다리 소반[獨脚盤, 單脚盤]”이라 하고, 다리가 셋인 것은 “삼각반(三脚盤)”이라 하며, 다리 모양이 개의 발같이 조각한 것은 “개다리소반[狗足盤]”이라 하고, 호랑이의 발같이 조각한 것은 “호족반(虎足盤)”이라 합니다.

또 말의 발같이 조각한 것은 “마족반(馬足盤)”이라 하고, 대나무 마디같이 조각한 것은 “죽절반(竹節盤)”이라 하며, 잔치 때에 쓰는 것으로 다리가 높은 상은 “고각상(高脚床)”이라 하지요. 또 소반의 판을 이리저리 돌릴 수 있게 만든 것은 “회전반(回轉盤)”이라 하고 소반에 붉은 칠을 한 것은 “주칠반(朱漆盤)”이라 하며, 판에 자개를 박은 것은 “자개상”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 소반이 관가로 출장 다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고상(公故床)이 그것인데 옛날 고관이 궁중이나 관가에서 숙직할 때 집의 노비들이 이 상에 음식을 얹어서 머리에 이고 날랐다고 하지요. 번(番) 곧 숙직이나 당직을 할 때 자기 집에서 차려 내오던 밥상이라 하여 “번상(番床)”, 바람구멍을 냈다고 하여 “풍혈상(風穴床)”이라고도 합니다.

양옆에 손을 잡을 수 있도록 구멍이 “亞” 자나 “만(卍)” 자로 된 뚫새김(투각) 무늬로 되어 있으며, 앞쪽에는 내다볼 수 있도록 구멍이 패어 있지요. 그래서 이 상은 머리에 이고 양쪽의 손잡이구멍을 붙잡고 앞을 바라보면서 걸어갈 수 있도록 한 소반입니다. 요즘이야 남편이 직장에서 숙직을 해도 아내가 공고상을 이고 나가는 일이 없으므로 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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