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두루마기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배자, 창의, 저고리 등을 놓고 정상들이 입을 겉옷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가운데 APEC 준비기획단은 한복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정상들도 쉽게 입을 수 있고, 한국의 멋이 물씬 풍긴다는 점 때문에 두루마기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두루마기는 ‘두루 막혔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한자어로는 ‘주의(周衣)’라고 하지요. 조선시대에 양반 남자들이 겉에 입는 옷으로는 도포(道袍)ㆍ창의(氅衣)ㆍ심의(深衣)ㆍ철릭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고종 갑신년에 의복 제도 개혁이 일어나 겉옷으로는 홀가분하고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두루마기로 통일되었습니다. 개항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두루마기는 남녀노소 구별 없는 가장 대표적인 한복의 겉옷, 그리고 예복으로 자리 잡았지요.
그뿐만 아니라 대한제국 말기 왕비 평상복에 관하여 적어놓은 글에도 ‘주의(周衣)’란 말이 나오고, 양반 부인이나 기생의 사진 등에도 이를 입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남자만이 아니라 여성의 복식에도 두루마기가 우리나라 전통 겉옷으로 완성되었음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차츰 이 두루마기를 벗고 마고자를 입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두루마기는 조선 선비가 집안에서도 벗지 않았던 품위의 예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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