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322호) 일본 정신 벚나무 1,800그루 창경원에 심어

튼씩이 2020. 4. 21. 08:22
“창경궁의 현판을 창경원으로 바꿔 달고 나서 2년이 지난 1911년에, 일본 놈들이 자기나라의 정신을 조선에 심는다며 창경원에 대대적으로 벚나무를 심었어요. 자그마치 1,800그루를 심은 겁니다. 그 나무들이 10년 남짓 자라니까 화사하게 꽃이 필 것 아닙니까. 그러자 일제는 그 벚꽃을 이용해서 정례적인 축제를 열어볼까 기획을 하고는, 1924년 봄에 연습 삼아서 조심스럽게 밤 벚꽃놀이 행사를 열었지요.”

 


1927년 4월 23일 동아일보 기사에 실린 창경원 밤 벚꽃놀이


▲ 1927년 4월 23일 동아일보 기사에 실린 창경원 밤 벚꽃놀이

 


이 말은 예전 창경원 수의사였던 김정만 씨가 들려주는 “창경원 벚꽃놀이”가 시작된 연유입니다. 일제는 우리의 궁궐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바꾸고 동물원을 만들었으며 벚나무를 심어 아예 조선의 궁궐이 아닌 일본 혼으로 즐기는 난장판을 만든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일제는 조선의 절 경내에도 벚나무를 심으라고 강요했는데 1937년 조선일보에는 경기도 시흥군 내 20여 개 절 경내에 벚나무를 중심으로 나무심기를 하라고 강요했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요즈음 우리가 즐기는 ‘벚꽃놀이’는 원래 우리의 풍습이 아니지요. 일본인들은 4월이 되면 하나미(花見、はなみ)라고 해서 전 국민이 벚꽃 아래에 모여 도시락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놀고 즐기는 풍습에 광적일 정도입니다. 심지어 도쿄의 우에노 공원 같은 명소는 연회자리를 마련하기 위하여 자리쟁탈전[진토리갓센(陣取り合戦)]이 격렬하게 벌어진다고 하지요.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벌이는 요즘에도 하나미로 몸살을 앓는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우리나라의 ‘벚꽃놀이’ 풍습은 일제강점기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일제는 의도적으로 한반도 전역에 일본의 나라꽃(國花)인 벚나무를 심도록 했음을 알아야 합니다. 벚꽃을 즐기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일본 사람들의 오랜 풍습을 우리가 광적으로 따라 하는 것은 민족적 자존심을 해치는 것이 아닐까요?

 



최근 코로나19 전쟁이 벌어지는 중에 도쿄 우에노공원에서 벚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 최근 코로나19 전쟁이 벌어지는 중에 도쿄 우에노공원에서 벚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