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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 3311. 고조선의 양잠과 중요무형문화재 명주짜기

튼씩이 2016. 6. 16. 16:39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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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6. 16.



명주는 흔히 비단이라 하는 것으로 누에고치에서 풀어낸 명주실로 짠 무늬가 없는 옷감입니다. 그런데 명주는 뽕나무를 재배하고 누에를 치는 일부터 시작되지요. 누에를 키워 고치를 만드는 일 곧 양잠은 그 기록이 고조선 때부터 나타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라시대에는 정교한 직물을 당나라에 보내기도 하였을 정도로 명주 제작기술은 대단했고,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했으며 그 빛깔과 품질이 뛰어났습니다.

1915년 요시나가(吉永彦太)에 의하여 발표된 우리나라의 옷감이름에 따르면 20세기 초만해도명주백명주색명주생명주가 있었고, 또 분주ㆍ내주(內紬)ㆍ토주ㆍ영변주ㆍ길군주ㆍ희천주ㆍ태천주ㆍ성천주ㆍ포천주ㆍ이천주ㆍ철원주ㆍ춘천주ㆍ상주주처럼 옷감을 짠 지역 이름으로 된 다양한 명주들이 있었지요.

그렇게 많은 종류가 있을 정도로 다양했지만 조선 후기이후 개량식 직기를 써서 대량으로 짜는 바람에 재래식 명주짜기는 그뒤 급격히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요즘에는 화려한 견직물에 밀려 명주의 수요가 줄어들어 간신히 그 명맥만을 이어오고 있지요. 그 명주의 옷감 짜기 기술에 대한 전통을 잇기 위하여 1988년 성주 두리실의 명주짜기를 중요무형문화재 제87호로 지정하였으며, 기능보유자는 조옥이(曺玉伊) 할머니입니다.

옛 얼레빗 (2012-06-20)



2327. 정신 차리고 빚어야 하는 궁중떡 "혼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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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년(순종 9)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엮은 가정살림에 관한 내용의 책 《규합총서 (閨閤叢書)》에는 “혼돈병(渾沌餠)”이라는 낯선 이름의 떡이 있습니다. 그럼 이 떡은 먹으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떡인가요? 아니면 정신 차리고 빚어야지 잘못 빚으면 이상한 떡이 된다는 것인가요? 이 떡은 아마도 보통 떡보다 배 정도로 손이 가고 재료와 과정이 복잡하여 음식 솜씨가 좋은 사람도 잘못 빚을 수 있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인 듯싶습니다.

혼돈병은 찹쌀가루에 꿀, 승검초(당귀가루), 계핏가루, 후춧가루, 말린 생강, 황률(말려서 껍질을 벗긴 밤), 굵은 잣가루 같은 재료가 들어갑니다. 이 떡은 안칠 때 떡 모양을 보시기 크기로 하나씩 떠낼 수 있게 소복하게 한다 하여 “봉우리떡”이라고도 하며, 소를 넣고 뚜껑을 덮어 안쳐 그 모양이 그릇 “합”과 같다 하여 “합병”, 썰어 먹지 않고 도독하게 하나씩 먹는 떡이라는 뜻으로 “후병”이라고도 부른다지요.

1766년 나온 《증보산림경제》에도 ‘혼돈병’이라는 떡 이름이 나오지만, 만드는 법이 ‘메밀가루를 꿀물에 타서 죽처럼 만들어 질항아리에 넣고 입구를 봉한 다음 겻불 속에 묻는다’고 되어 있어 《규합총서》의 것과는 다릅니다. 임금 생일에는 빠짐없이 올랐다는, 떡들 가운데서도 가장 희귀한 궁중떡이라는 “혼돈병”, 우리 함께 먹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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