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12. 괴석과 난초가 어우러진 흥선대원군의 <석란도>

튼씩이 2016. 6. 17. 10:41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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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6. 10.



사군자 가운데 대나무가 남성적이라면 난초는 여성적이며 특히 명문가의 귀인을 뜻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는 왕비의 난전(蘭殿), 미인의 침실을 난방(蘭房)이라고 하는 데서도 알 수 있지요. 중국의 《본초경》에 난초를 기르면 집안에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고 잎을 달여 먹으면 해독이 되며 노화현상을 막는다고 쓰여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난초 그림은 귀신을 물리치는 뜻으로 여겨왔지요.

난초그림 가운데 유명한 것으로는 흥선대원군(이하응, 1820∼1898)이 만 71살 때인 1891년 유 씨의 부탁을 받고 그린 12폭 <흥선대원군 이하응필 묵란도>가 있습니다. 그림은 2폭씩 대칭구도를 이루도록 배치되어 있는데, 각 폭에는 다양한 괴석과 난초가 어우러져 있지요. 난초잎은 뿌리에서 촘촘히 자라나 위로 한껏 기세를 뿜으며 부드럽게 퍼지게 표현되었는데, 흥선대원군의 후기 난초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흥선대원군의 서체는 추사 김정희의 영향을 받았으나 만년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지를 선보였는데, 행서(行書)로 쓴 묵란도 병풍의 그림 제목이 바로 그 특징을 잘 나타내주고 있지요. 이 병풍은 드물게 보는 12폭 병풍으로 각 폭의 아랫부분이 약간씩 상했으나 그림 부분의 보존 상태는 매우 양호한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돋보이는 화면 구성, 활달하고 분방한 필치, 유려한 용묵법 등 흥선대원군 노년기의 원숙한 묵란(墨蘭) 양식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옛 얼레빗 (2012-06-18)



2325.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의 민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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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에서 멸치를 보고 어 어허야 디야
망선에 서서 그물을 친다 어 어허야 디야
서쪽 고리는 서쪽으로 어 어허야 디야“

위 노래는 제주도 민요 <멸치 잡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 가사를 보면 첫 줄부터 셋째 줄까지 모두 뒷부분에 “어 어허야 디야”라는 말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민요에는 반복될뿐 특별한 뜻이 없는 후렴구들이 있는데 이것이 받는 노래입니다. 앞의 메기는 노래는 전체 소리를 이끄는 사람이 홀로 하는 소리이고, 받는 소리는 나머지 사람이 모두 함께 부르는 소리를 말하지요.

제주민요만이 아니고 경기민요의 군밤타령 가사를 보면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 연평 바다에 어허얼싸 돈바람 분다 / 얼싸 좋네 아 좋네 군밤이여 / 에헤라 생률 밤이로구나
봄이 왔네 봄이 왔네 / 금수강산에 어허얼싸 새봄이 왔네 / 얼싸 좋네 아 좋네 군밤이여 / 에헤라 생률 밤이로구나”인데 역시 각 절마다 뒷부분에 “에헤라 생률 밤이로구나”가 따라옵니다.

특히 일하면서 부르는 노동요들은 이 메기고 받는 소리의 형식을 잘 따릅니다. 각 지방의 논 매는 소리, 벼 터는 소리, 모 찌는 소리, 고기 푸는 소리, 상엿소리 같은 것들이 그렇지요. 지금처럼 모든 것이 기계화되지 않았던 시절 오로지 노동력으로 일을 해야 하는 고달픔 속에서 조금이라도 노동의 힘겨움을 잊고자 불렀던 가락들이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일부 소리꾼들의 입으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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