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216호 “사향노루”를 아십니까? 사향노루는 겉모습은 고라니와 비슷하지만, 고라니보다 작고, 네 다리와 발굽도 작습니다. 꼬리는 겉으로 보이지 않으며, 뿔이 없는데 몸통길이는 65∼87㎝, 꼬리길이는 3∼4㎝, 귀길이는 7.5∼10.5㎝입니다. 그런데 사향노루 가운데 수컷에는 특이하게 배꼽과 생식기 사이에 사향샘이 있는 사향주머니(사향낭)가 있습니다. 사향노루는 발정기가 되면 이 수컷의 사향샘이 매우 발달하면서 사향을 풍겨 암컷을 유인합니다. 문제는 이 사향노루의 수컷이 품어내는 사향이 결국 제 목숨을 잃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 천연기념물 제216호 “사향노루”,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예부터 궁중의 왕족들이 성생활에 쓰려고 찾는 향은 고양이 암컷 음문에서 채취한 영묘향(靈猫香), 큰머리고래에서 채취한 용연향(龍涎香)과 함께 이 사향노루 사향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양이 많은 용연향과 약효가 떨어지는 영묘향에 견주어 사향을 최고의 향으로 쳤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이 사향을 찾으려고 몸부림을 쳤고 그 때문에 사향노루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고 하지요.
더더구나 사람이 사향노루를 잡으려 할 때는 향낭 때문에 잡힌다는 걸 알고, 향낭을 저주하며, 수없이 물어뜯어 사람이 다가가면 향낭은 터지고 사향노루는 이미 죽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향노루 근처에는 슬픈 향기가 진동한다고 하지요. 과거에는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온 나라에 널리 분포하던 사향노루지만 현재는 멸종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동물입니다. 환경부는 사향노루 등 멸종위기종 동식물의 증식과 복원을 위해 '멸종위기종 증식ㆍ복원 10년(2006~2015) 종합계획을 세워 보호했지만, 지금 수십여 마리가 남아있을 뿐입니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아름다운 사향은 이제 우리 곁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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