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 자리 정한 뒤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보리식혜) 먼저 먹세”
이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6월령 일부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한째 “소서(小暑)”지요. 이 무렵은 본격적으로 더위가 몰려오는데 이때는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아지고, 비가 많이 옵니다.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끝내고 모낸 20일 정도 지난 소서 무렵은 논매기, 피사리를 해주며, 논둑과 밭두렁의 풀을 베어 퇴비를 장만해야 하는 일로 바쁠 때입니다.
▲ 소서 무렵에 즐겨 먹는 수제비(왼쪽)와 민어매운탕
조선시대 문신 신흠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만든 책인 《상촌집(象村集)》에 보면 소서 때 15일을 3후(三侯)로 나누어서, 초후에는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후에는 귀뚜라미가 벽에서 울며, 말후에는 매가 먹이 잡는 연습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때는 채소나 과일들이 풍성해지고, 보리와 밀도 먹게 됩니다. 특히 이때의 시절음식은 밀가루 음식인데 밀이 제맛이 나는 때라 국수나 수제비를 즐겨 해 먹었지요. 채소류로는 호박, 생선류로는 민어가 제철입니다. 민어는 포를 떠서 먹기도 하고, 회를 떠서 먹기도 하며, 매운탕도 끓여 먹는데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고 고추장 풀고 수제비 띄워 먹는 맛은 입맛 없는 계절의 별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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