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384호) 오늘은 더위를 꺾는 날, 초복(初伏)

튼씩이 2020. 7. 16. 07:42

오늘은 복더위가 시작된다는 초복입니다.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데 하지 뒤 셋째 경일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뒤 첫 경일을 말복이라 하여, 이를 삼경일 또는 삼복이라 합니다. 우리 조상은 해(년), 달(월), 날(일)에 모두 지지(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와 천간(자축인묘진사오미)을 조합하여 갑자ㆍ을축ㆍ병인 등으로 이름을 지었는데 '경일'이란 지지의 '경' 자가 들어간 날을 가리키지요.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리는데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며, 이를 월복이라고 합니다.

 

▲ 이수광의 《지봉유설》 - 왼쪽, 최남선의 《조선상식》

 

1614년(광해군 6년)에 이수광이 펴낸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 《지봉유설》에 보면 복날을 '양기에 눌려 음기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날'이라고 함으로써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있을 때라고 하였습니다. '오행설'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의 기운, 가을철은 '금'의 기운인데 가을의 '금' 기운이 땅으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때라는 말이지요. 그래서 엎드릴 '복(伏)'자를 써서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합니다. 또, 최남선의 《조선상식》에는 이를 '서기제복'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는데 서기제복에서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복날은 더위를 꺾는 날입니다. 곧 복날은 더위를 피하는 날이 아니라 더위를 정복한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요.

 

에어컨은 물론 옷을 훌렁훌렁 벗어젖힐 수도 없었던 조선시대에는 무더운 여름을 오히려 ‘복달임’이라 하여 이열치열로 극복했습니다. 특히 이 무렵 이열치열 음식으로 ‘용봉탕’이란 것도 먹습니다. ‘용봉탕(龍鳳湯)’은 원래 상상의 동물 용과 봉황을 탕으로 끓인다는 것인데 용 대신에 잉어나 자라를, 봉황 대신 닭을 씁니다. 잉어는 민물고기의 임금으로 폭포를 거슬러 기어오를 만큼 왕성한 생명력이 있어 스테미너식으로도 유명하지요. 주재료인 잉어와 닭은 각각 영양면에서 뛰어나고, 궁합이 매우 잘 맞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용봉탕 말고 ‘복달임의 음식을 보면 삼계탕, 개장국, 임자수탕(깻국물탕)도 있습니다.

 

▲ 복날 옛사람들은 이열치열로 복달임을 했다.(그림 이무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