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보물 제627호 <황남대총 북분 은잔>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은잔(銀盞)은 경주시 황남동 미추왕릉 지구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 무덤인 황남대총 북쪽 무덤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잔의 크기는 높이 3.5㎝, 아가리 지름 7㎝인데 아가리에 좁은 띠를 두른 뒤, 연꽃을 겹으로 촘촘하게 돌려 꾸미고, 그 밑으로는 쌍선으로 거북등무늬를 연속해서 장식하였으며, 거북등 안에는 각종 상상 속의 동물 형상을 도들새김으로[打出] 새겼습니다.
▲ 보물 제627호 <황남대총 북분 은잔>, 국립중앙박물관
은잔에 육각무늬를 구획하고 내부에 상서로운 동물 형상을 배치하는 방식은 서아시아에서 비롯되어 실크로드를 통해 동쪽으로 전파되었으며, 중국 남북조시대를 거쳐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유입된 것으로 봅니다. 잔에 새긴 상서로운 동물들을 보면 날개를 활짝 펼친 새를 비롯하여 호랑이, 사슴, 말, 뱀, 가릉빈가(불경에 나오는, 사람의 머리를 한 상상의 새) 등이 있으며, 날개의 깃털이나 몸통의 반점까지 상세하게 묘사해 놓았지요.
은잔에 새겨진 이런 꾸밈들은 삼국시대 공예 장식 기법과 무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또한, 견줄 수 있는 예가 나라 안에서 여럿 출토되었고 중국,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등의 유물과도 연관되어, 국제 교역의 상황과 영향 관계를 연구할 수 있는 것에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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