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불볕더위 속에서도 쉽게 물속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질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겨우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입니다. 이 탁족을 주제로 한 이경윤의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 국립중앙박물관)는 유명한 그림입니다. 그런데 여기 노승이 등장하는 조영석(趙榮祏, 1686~1761)의 ‘노승탁족도(老僧濯足圖, 국립중앙박물관)도 있습니다.
▲ 조영석(趙榮祏)의 ‘노승탁족도’, 18세기, 비단에 담채, 14.7 × 29.8cm, 국립중앙박물관
숲속 한 모퉁이 계곡에서 시내는 콸콸 흐릅니다. 냇가에 고즈넉이 앉은 늙은 스님은 허벅지까지 바지를 올리고 물에 발을 담근 채 더위를 식힙니다. 그림 왼쪽을 보면 ‘종보(宗甫)’라는 글씨가 쓰여있고, ‘종보(宗甫)’라는 도장이 찍혀 있어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祏)의 작품임을 알 수 있지요. 선비화가 조영석은 ‘말징박기’와 같은 백성들의 삶을 담은 풍속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그런데 조영석의 ‘탁족도’는 유학자 선비들이 등장하는 이전의 탁족도와는 다르다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선비 대신 머리를 깎은 스님이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탁족도는 보통 스님의 탁족으로 삶의 진솔함을 보여준다는 평가입니다. 이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화원별집(畵苑別集)》에 실려 있는데 이 《화원별집》은 한국회화사를 쓰는데 중요한 기준작이 된 작품이 많이 실려 있어, 매우 귀중한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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